아론은 레위지파의 아브람과 요게벳의 맏아들이다.
가족 관계는 위로는 누나 미리암이 있고 3년 아래의 동생 모세가 있다.
모세는 입이 둔하여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반해 아론은 말을 잘하는 웅변가였다.
그의 출중한 웅변실력은 파라오를 대적해서 모세를 도와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킬 때
유감없이 드러났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정치가에겐 말을 잘 하는 것이 생명줄이다.
그래서 혀가 굳은 모세에게 있어 아론은 대변자요, 최고의 협조자였다.
또 아론은 동생 모세를 대할 때 영도자라고 부르면서 마치 종처럼 낮은 자세로 섬겼다.
순종적이고 온유한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정면으로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변명과 책임을 회피하는 우유부단한 모습도 눈에 띈다.
그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금송아지 사건을 보면 그의 일면이 잘 드러난다.
모세가 하느님의 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 산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모세마저 오랫동안 산에 들어가서 내려오지 않자 광야생활에 지친 백성들의 불평은 대단했다.
그래서 아론에게 몰려왔다.
“우리는 더 이상 못 참겠소.
산에 들어간 모세가 함흥차사니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어 줄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어쩐 일인지 아론은 백성의 요구에 쉽게 응답하여 금송아지를 만드는 데 협조하였다. 왜 그랬을까?
혹시 모세와 아론 사이에 정치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세가 없는 틈에 자신에게 몰려온 백성의 아우성과 요구를 내심 즐기면서 들어준 것은 아닐까?
실제로 출애굽 사건 이후 아론과 미리암은 모세를 이스라엘의 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사실 두 사람의 갈등은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전면에 나타날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출중한 웅변가였던 아론이 동생 모세를 자신의 지도자로 쉽게 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정치의 생리상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모세와 아론이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력이나 정치의 속성과 생리를 전혀 무시할 수 없다.
모세가 없는 틈에 쉽게 백성의 그릇된 요구를 받아들인 아론의 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솔직히 내가 모세보다 못한 게 뭐야. 나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우리 민족의 고통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사람이라구.
모세가 왕궁에서 호의호식할 때 나는 노예 같은 삶을 살면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사람이라구….
출애굽이라는 큰일을 치를 때도 솔직히 따지고 보면 모세보다 못하지 않았지. 모세가 꼭 영도자여야 할 이유는 없는 거야.
이번 기회에 나도 백성들의 인기와 신임을 얻어 정치가로서의 큰 인물이 되어야겠다.”
지나친 상상일까? 인기와 권력의 속성은 인간에게 마약과 같다고 한다.
또 권력의 욕구에 눈이 뒤집히면 부모, 자식도 없다고 한다.
어쨌든 아론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는 우상을 금하는 하느님의 명령을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금송아지를 우상으로 만들어 숭배하였다.
모세가 내려와 노발대발하며 일이 이상하게 되자 아론은 쉽게 꼬리를 내린다.
“이봐, 동생. 사실은 백성들이 매일같이 밤낮으로 몰려와 요구하는 통에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한 것이야.
자네도 알고 있잖아? 이 백성이 얼마나 악에 젖어 있는지.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고래고래 아우성치면서 신을 만들어 달라고 보채는 통에 정신이 없었어.”
이처럼 아론은 금송아지 우상사건에 대해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백성에게 전가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백성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할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진면목은 책임을 져야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지도자에게 책임감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모세와 아론은 형제이면서도 차이점이 너무 많다.
또 실제로 상당 기간 두 사람은 서로 대립하였다.
후에 모세는 형 아론에게 제사장직을 맡기면서 두 사람은 절묘하게 연합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연합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치에 가장 큰 관건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공존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목이 아닐까?
양보와 타협,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성격과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그가 적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 공동목표를 향해 나가야 하는 동지다.
~ 서울대교구 허영엽 마티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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