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보편적인’ 또는 ‘공동’의 뜻을 가진 일반적 용어
‘가톨릭’이라는 말은 ‘보편적인’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톨리코스’(καθολικός)에서 유래했습니다. ‘카톨리코스’는 ‘카톨로우’(καθόλου)와 같은 의미로, 관용구 ‘카스 홀로우’(καθ' ὅλου) 즉 ‘모든 것에 따르면’ 또는 ‘모든 것을 통하여’라는 뜻입니다.
이는 본디 종교성을 띠지 않은 아주 일상적인 용어였습니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교 작가들과 교부들에게서 이러한 정황이 포착됩니다. “일반적인 부활”(the catholic resurrection, 순교자 유스티노),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선하심”(the catholic goodness of God, 테르툴리아누스), “4가지의 원천적인 바람”(the four catholic winds, 이레네우스) 등 뜻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톨릭’은 ‘특정한’의 반대 개념인 ‘공동’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런 흔적을 우리는 흔히 ‘공동서간’이라 부르는 신약성서의 7개의 서간 (야고보 서간, 베드로 서간, 요한 서간, 유다 서간)을 “Catholic Epistles”라고 칭하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사도 바오로의 서간 (Pauline Epistles)과는 달리 특정한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아닌 모든 교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컫습니다.
가톨릭,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
▲ 성 베드로 대성당
‘가톨릭’에 ‘교회’가 결합된 형태인 ‘가톨릭교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세기 초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교회사 교수인 멕컬로치(Diarmaid MacCulloch)의 저서 <그리스도교>(Christianity)에 의하면 이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는 교회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우스는 110년경 <스미르나 공동체에 보낸 편지>에서 주교와 일치할 것을 권고하면서 “주교가 존재하는 곳에는 신자들도 존재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어디에 있든지 바로 그곳이 보편교회(Catholica Ecclesia)입니다”라고 하면서 ‘가톨릭교회’를 처음으로 언급합니다.
3세기에 이르러 ‘가톨릭교회’는 이단들과의 투쟁과정에서 호교 교부들에 의해 ‘보편교회’라는 의미에 더하여 ‘하나’이며 ‘유일한’ 교회라는 사상으로 발전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150-215년)는 저서 <양탄자>(Stormata)에서 “우리는 말합니다. 내용과 형식 양편 모두에서, 기원과 성장 양편 모두에서 원초적이고도 보편적인 교회는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신앙에 일치 안에서 그러합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 알렉산드리아의 마리아 성당 제대
4세기에 이르러, 예루살렘의 치릴루스(315-386년)를 포함하여 다수의 그리스도교 초기 저자들, 그리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와 다른 이들은 그리스도교와 관련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동-서 교회의 대분열이 있었던 1054년 이래, 동방교회들이 스스로를 ‘정통파’ 즉 ‘오르토독스’ (Orthodox)라 이름 붙였기 때문에 로마 교황청과의 통교 안에 머문 교회들은 자신들을 계속 ‘가톨릭교회’라 불렀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인해 신· 구교회가 갈라졌을 때도 다른 여러 개신교 종파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구교회 측은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리차드 맥브라이언(Richard McBrien)은 저서 <교회: 가톨릭주의의 진보>(Church: Evolution of Catholicism)에서 “‘교회’를 꾸며주는 형용사 ‘가톨릭’은 오직 동-서방 교회의 분열과 종교개혁 이후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한 용어로 바뀌었다”고 주장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는데, 서양교회에서는 <사도신경>에 등장하는 “보편된 교회”라는 구절을 현재의 “가톨릭교회”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도신경>의 이 구절의 원문은 “Catholicam Ecclesiam”인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Catholic Church” 스페인어로는 “Iglesia Catolica”즉 “가톨릭교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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