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1-12)
하늘에서 빛나는 별에 인도되어 동방의 박사(삼왕)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 갑니다.
동방에서부터의 여행은 간단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가는 길에는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황량한 광야가 펼쳐져 있기도 했었을 것입니다. 여행객을 노리는 강도들에게 습격 당할 위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의 터전을 떠나 별이 이끄는 대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현실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별 하나에 의지하여 오래 살아 정들었던 생활 터전을 버리고 보증도 없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넷째 왕의 전설’이라는 이야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전승에 의한 역사적인 기록이 아닌 그저 허구에 불과할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동방박사들의 힘든 여정과 그 안에 담겨진 갈등과 고뇌를 심도있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이 여정은 길고 어려운 여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현실생활의 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사회에 등을 돌리고 종교의 세계로 뛰어드는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슬픈 경험일 수도 있고, 힘든 기억일 수도 있고, 현기증나는 세상의 문제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의 본질은 사회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뵙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애써 발견한 예수님 곁에 머무르지 않고 원래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갑니다.
그것은, 그들이 무언가 새로운 빛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란,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극도의 고통까지 받아들이며 생애를 살아오신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냉정한 현실의 어려움을 그대로 수용하고 힘듦을 감내하고,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변화시켜 가는 그런 빛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힘든 이 여정은 희망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변화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믿음이라고 부르는 이 여정은 그렇게 빛과 희망으로 우리에게 힘을 줍니다.
별을 따라 오셨습니까? 그 빛이 여러분 안에 빛나니 가서 세상을 비추십시오.
유영근 야고보 신부(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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