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7-11)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오늘은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신 직후에 예수님 위에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았다.’라고 하는 에피소드에 주목하셨으면 합니다.
‘하늘이 갈라지며’라고 하는 표현으로부터 ‘제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십시오. 당신 앞에서 산들이 뒤흔들리듯이!’라는 이사야서의 간절한 표현을 봅니다.
이는 사람들의 절규입니다. 이 외침의 배후에는 바빌론의 침략으로 철저히 짓밟히고 아픔을 겪은 이들의 체험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사람들이 비참한 상황을 애가는 구체적으로 ‘젖먹이는 목말라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고 어린것들은 빵을 달라고 애원하였건만 그들에게 한 조각 주는 이가 없구나.
맛있는 것만 먹던 아이들이 거리에 쓰러져 움직일 줄 모르고 자주색 옷에 싸여 업혀 다니던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껴안고 있구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애가의 묘사로부터 바빌론의 침략이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겨우 살아남아 바빌론에 노예로서 끌려간 사람들의 마음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의지가 되고 있던 성전은 철저하게 파괴되고, 그때까지 인생의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던 사제들도 죽임을 당해 갔습니다. 가족도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무서운 것뿐이었습니다. 의지하는 것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 상황속에서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공포와 절망뿐이었습니다.
인간의 추악한 것이 폭력이 되어 단숨에 불기 시작하여 일체의 희망의 빛을 빼앗아 가버린 비참한 상황을, 사람들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엎어 버렸다.’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러한 상태를 초래한 것은 자신들이 하느님에게 등을 돌리고 우상 숭배로 치달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마음의 부담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에 합당하지 않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그러나 사는 것의 괴로움과 고통, 그리고 아픔과 슬픔을 참지 못하여 필사적으로 호소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늘이 갈라지고 예수님 위에 성령이 내려온 것은 예수님이 사람들의 호소에 대한 사랑의 하느님의 결정적인 답변이라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유영근 야고보 신부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성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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