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 2월 5일 나해 연중 제4주간 목요일(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dariaofs 2015. 2. 5. 01:30

 

불확실한 전설이지만 성녀 아가타는 시칠리아(Sicilia) 섬의 카타니아 혹은 팔레르모(Palermo)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신심이 깊어 하느님께 스스로 정결을 서원하였다고 한다.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기간에 그 지방의 집정관이던 퀸티아누스(Quintinianus)가 그녀를 탐해 그녀를 소유하려는 계략으로 박해를 이용하였다.

 

그녀가 그의 제안을 거절하자 퀸티아누스는 온갖 무자비한 고문을 가하고 그녀를 매음굴로 보냈으며,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고, 죽을 때까지 이글거리는 석탄불에 돌리면서 구워 죽였다고 전해온다.

 

교회미술에서 그녀는 보통 한 쌍의 집게나 접시에 담은 그녀의 가슴으로 묘사되었는데, 후일 이것이 잘못 전해져 접시 위의 빵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성녀 아가타의 축일에는 빵을 축성하는 관습이 내려온다.

 

성녀 아가타는 처녀, 양치는 여자, 종 만드는 사람, 유리 제조공, 광부, 알프스 등반 안내자, 간호사들의 수호성인이자 불과 날씨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론   :   (마르 6,7-13)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다.>

 

2월 5일의 복음 말씀은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다(마르 6,7-13).'입니다.

마르코복음에 있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 지시하신 사항들"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빈손으로 떠나라.

2. 한 집에만 머물러라.

3. 복음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심판을 경고하여라.

4. 회개하라고 선포하여라.

5. 마귀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 주어라.

이 지시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복음을 선포하여라."입니다.

 

회개하라고 선포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회개하여라." 라고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 이것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쁜 소식을, 즉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마귀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 주는 일은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도 역시 복음 선포입니다.

 

복음을 선포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는 뜻이고,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 나라는 안 들어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못 들어가는 나라입니다.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리는 행동은(마르 6,11)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닙니다.

회개하는 사람만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회개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은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됩니다.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죄 속에서 그냥 살다가 멸망하겠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을 받기도 전에 자기가 심판의 결과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 집에만 머무르라는 지시는

더 좋은 대접을 하는 집을 찾아서 돌아다니지 말라는 지시입니다.

복음 선포는 현세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먹을 것을 준다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합니다.

이 지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람은 호의호식을,

또는 세속적인 부귀영화를 추구하면 안 된다."는 지시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만 추구해야 합니다.

입으로는 하느님 나라를 말하면서 실제 삶으로는 부귀영화를 추구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빈손으로 떠나라는 지시는,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복음의 힘'(하느님의 힘)으로만 하라는 지시입니다.

돈의 힘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사이비 종교들이

결국에는 돈 때문에 망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돈이 떨어져서 망하든지, 아니면 돈이 너무 많아서 망하든지 간에.)

 

만일에 돈을 뿌려서 사람들을 많이 모은다면,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돈을 받는 동안에는 남아 있지만,

돈이 떨어지면 바로 흩어집니다.

또는 물질적인 부귀영화를 약속함으로써 사람들을 많이 모은다면,

그 약속을 믿고 모인 사람들은 그게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흩어집니다.

(그렇게 약속한 사이비 종교는 많은데, 그 약속을 지킨 경우는 없습니다.)

또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면서 '복'을 받는 방법만 말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그냥 세속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빈손으로 떠나는 모습과 한 집에만 머무르는 모습은

복음 선포의 방식이기도 하고, 그 모습 자체가 복음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빈손'과 '한 집에 머무르는 일' 자체가 복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빈손이 되었을 때 그 손에 가득 채워지는 하느님의 힘이 복음입니다.

또 세속적인 부귀영화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만 추구할 때 누리게 되는

순수한 기쁨이 복음입니다.

 

예수님의 지시는

궁상맞은 모습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걸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도들과 선교사들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느님의 힘으로 가득 차 있는 부유한 사람들입니다.

빈손인 것 같지만 빈손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마태오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마태 10,10)."

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꾼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 것은 당연하다."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사도들과 선교사들은 불우이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들에게 음식과 숙소 등을 제공하는 것은

불우이웃 돕기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꾼들이 하는 일, 즉 '하느님의 일'을 돕는 것입니다.

 

전문적인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신앙인은 모두 자신의 삶으로 복음을 증명해야 하는 하느님의 일꾼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지시 사항들은

사도들뿐만 아니라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신앙생활 지침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