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 2월 18일 나해 재의 수요일

dariaofs 2015. 2. 18. 01:31

 

                                                                                  (마태 6,1-6.16-18)

 

<위선>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마태 6,2)."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마태 6,5)."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마태 6,16)."

 

'위선'은 '거짓 선'이고 '악'입니다.

하느님과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위선자'는 하느님과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는 자이기 때문에 '악인'입니다.

사람들은 속아서 그를 의인으로 생각할 때가 많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가 악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하는' 경우는(마태 26,41)

'위선'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게 되거나,

아니면 현실적인 여건이 안 되어서 그렇게 되는 것일 뿐입니다.

'위선'은 처음부터 마음 자체가 순수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와 지향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는 것입니다.

 

위선자들의 '자선'의 경우, 그들도 실제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냅니다.

내는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는 것이고,

누군가가 그 도움을 실제로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 일의 결과만 본다면 위선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고,

속마음이 어찌 되었든 칭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는 사람이 위선자이든 아니든 간에

받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할 수도 있습니다.

받는 쪽에서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알고 계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마태 6,1)."

 

위선자들의 '단식'의 경우에도, 그들도 실제로 밥을 굶습니다.

먹으면서 굶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굶는 것이고,

굶으면 당연히 배가 고플 것이고, 그 배고픔을 참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단식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위선적인 단식이라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람들은 위선인지 아닌지 모를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위선자들의 '기도'의 경우는 '자선'이나 '단식'의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실제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기도하는 모습을 흉내 낼 뿐입니다.

입으로 어떤 기도를 바친다고 해도 그것은 '빈말'입니다.

기도가 아니기 때문에 하느님께 전달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위선자들은 자기들의 행동이 위선이라는 것을 모르고,

누가 비판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도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위선'의 가장 큰 위험이고, 함정입니다.

 

자기 딴에는 진심으로 실천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위선이라고 비판한다면, 그 비판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자기들은 진실하다고 스스로 믿었고,

예수님께서 위선자들이라고 비판하시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위선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성하지도 않았고, 고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을 신앙생활의 모범으로 내세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본받으라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위선자가 아닌, 진실한 사람은

언제나 항상 자기가 하는 일이 혹시 위선이 아닐까 조심하고, 반성합니다.

누군가가 비판하면 겸손하게 그 비판을 경청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칭찬을 바라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을 아무도 모르기를, 하느님만 아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을 감추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위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가? 아닌가?" 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6,1.5.16).

그래서 시작할 때에는 진심이었더라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다면,

그 일이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위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가르쳐 주십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마태 6,4)."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른다는 말은,

자기 자신도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른다는, 즉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

이 말씀은 기도할 때마다 숨어서 기도하라는 뜻은 아니고,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만 생각하고, 하느님만 만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골방'을 자신의 '마음'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기도할 때에는 자기의 마음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서 하느님만 만나야 합니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마태 6,17)."

이 말씀은 단식하면서도 밥을 먹고 있는 척 하라는 뜻은 아니고,

무슨 대단한 극기고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뜻입니다.

만일에 교회가, 또 신앙인들이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외적으로만 요란하게 사순시기를 지낸다면, 그것도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