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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한국인, 그리고 이주민] (2)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dariaofs 2015. 4. 11. 19:49

색안경 벗고 보면 평범한 한국 아이들입니다


▲ 3월 29일 경기도 안양 엠마우스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선데이아카데미 교사, 봉사자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 엄마는 외국인

지난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 아이를 둔 노라(38)씨는 아침마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딸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엄마, 학교 오지 마. 친구들이 엄마 필리핀 사람인 거 모른단 말이야.”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갑자기 노라씨에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같은 학교 친구 중의 한 명이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모양이다.

노라씨는 속상함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잘 챙겨주지 못하니까…. 숙제를 하거나 준비물 챙길 때 제가 옆에 있어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 모임에도 나가기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빠지다 보니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고….”

지난해 4월 기준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6만 7000여 명(교육부 통계)이다. 전체 학생 수의 1%를 넘었다. 2006년과 비교하면 7배 증가한 수치다.

 

출산율 감소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 학생은 꾸준히 늘어 전체 학생 중 다문화 가정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똑같은 한국인인데…


이처럼 다문화 가정 자녀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이 다문화가 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서도 다문화 가정 자녀는 놀림거리로 취급받는다.

 

경기 의정부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지은(중2) 양은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베트남’이었다고 했다.

 

지은양은 “베트남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친구들 앞에서 베트남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름 대신 항상 ‘베트남’이라고 불렸다”고 털어놓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라고 하면 피부색이 다르거나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반 한국인 가정 자녀들과 구분되지 않는다.

 

 국제결혼 배우자의 국적이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순으로 많아 그 자녀들은 외모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한국에서 나고 자라 언어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센터 안양 엠마우스에서 선데이아카데미(주일학교) 교감으로 활동하는 이윤근(베로, 33, 관악본당)씨는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먼저 다가가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실제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만나보면 한국인 가정 아이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면서 “‘뭔가가 다를 것’이라는 선입관 대신 마음을 열고 이들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사목 관계자들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생김새나 말, 생각하는 방식 모두 한국인인데도 엄마나 아빠의 국적 때문에 외국인처럼 인식되고, 심지어는 또래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본다면 누구나 이렇게 느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글·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다문화 가정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결혼이민자와 한국인으로 구성된 가정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까지 포함한다.

 

이전에는 국제 결혼 가정, 혼혈인 가정으로 불렀지만, 국적이나 혈통에 따라 가정을 구분하는 것이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요즘은 다문화 가정으로 부르고 있다.

10년 후 우리 나라는 과연? - 빈곤 대물림, 계급화 등으로 사회 혼란 가중 우려

2014년 통계로 우리나라 전체 다문화 가정 자녀는 약 20만 명이다. 그런데 다문화 자녀들은 대체로 ‘다문화’라는 말을 싫어한다. “김OO, 박OO”로 불릴 때와 “다문화 가정 OO”로 불릴 때의 차이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은 국제 결혼이나 혼혈인이라는 용어가 차별을 낳는다고 해서 이주인권단체가 제안해 채택된 것이다. 이미 용어는 바뀌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차별적 태도는 바뀌지 않은 것이다.

다문화 자녀들 중 ‘중도 입국 자녀’가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취업이나 재혼 등으로 한국에 입국한 자녀들이다.

 

2014년 3월 말 기준으로 560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있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이나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중도입국자녀가 있을 것이다.

2012년도 국회 보고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의 고등학생 중 약 35%, 중학생 중 56%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세 명 중 두 명이 학교에 못 들어가거나 안 가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학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과연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대체로 다문화 가정의 경제력이 평균 소득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빈곤의 대물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10년 뒤의 전망이 가능하다. 2013년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재외동포를 포함해서 65만 명 이상의 외국 인력이 비전문 취업 분야, 즉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역군으로 인정받기보다 외화를 송금하는 국부 유출자로 왜곡, 호도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더 이상 외국 인력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말이 통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수십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는 고졸 이하의 학력이어서 고소득 직종의 취업을 포기한 상태다. 이런 전망이 들어맞아, 외국 인력이 떠나간 자리와 저임금 일자리를 다문화 자녀들이 대체한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일까?

나는 정반대의 나라일 거라 확신한다. 사회는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계급화될 것이고, 계급의 대물림은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일으킬 것이며, 유럽이 산업혁명 후기에 겪었던 사회 혼란을 21세기에 겪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 혼란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다문화 사회와 다문화 자녀에 대한 진실한 수용과 배려가 절실하다. 이 사회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미래의 우리도 건강할 수 있다.

이상민 신부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장, 파주엑소더스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