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신 사건을 전하는 복음의 내용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세와 엘리야입니다.
이 둘은 하느님을 만난, 구약을 대표하는 예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엘리야는 하늘로 승천했다고 전해질만큼 예언자들 중에서 특별합니다(2열왕 2,11).
오늘 제1독서는 바로 엘리야의 이야기입니다. 바알의 예언자들과의 대결을 통해 하느님 만이 유일한 신임을 보여주었던 그는 오히려 죽음의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됩니다.
엘리야는 이제 길을 떠나 광야로 가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목숨을 거두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하느님의 뜻은 달랐습니다.
잠에 든 엘리야에게 천사는 말합니다. “일어나 먹어라.” 그렇게 하느님은 그에게 필요한 빵과 물을 마련해 주십니다. 그리고 또 잠에 든 그에게 천사가 말합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음식을 먹은 엘리야는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십일은 실제적인 시간일 수도 있지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독서에서 보여주는 것은 하느님께서 엘리야 예언자에게 살아갈 수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데 필요한 양식을 마련해 주셨다는 점입니다.
엘리야의 이야기는 복음의 이야기와 잘 어울립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실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군중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가 요셉의 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또 말씀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이것 역시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라고 설명하십니다. 분명 군중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한 복음에서 전하는 생명의 빵에 대한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시선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군중들이 보여주는 일상적인 시선입니다.
그들에게 요셉의 아들이었던 예수님의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시선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한, 믿음을 간직한 이들의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고 우리에게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로 남겨 주셨다는 것을 아는 이들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이 두 가지의 시선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으로만 이해하려 한다면 우리들 역시 군중들이 보여주는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이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이야기하는, 당신을 내어주어 우리에게 생명을 선사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늘 복음 말씀이 그리 난해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엘리야에게 삶을 위한 양식을 주고, 그를 하느님께로 향하게 합니다. 예수님 역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을, 당신 자신의 희생을 통해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생명의 힘을 통해 믿음 안에서 살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의 삶을 통해 우리 역시 엘리야처럼 하느님께 이를 수 있고,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