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420년, 슬로베니아 출생 및 선종, 교부, 신학교 수호성인.
예로니모 성인은 고대 서방교회를 대표하는 교부 중 한 분이십니다. 서방교회 4대 교부라 하면 예로니모 성인을 비롯해 암브로시오 성인, 아우구스티노 성인,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을 일컫습니다.
성인이 남긴 업적으로는 ‘불가타 성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성경은 히브리어(구약)와 그리스어(신약)로 쓰였는데, 성인은 이를 서방교회 대중 언어인 라틴어로 번역해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라틴어로 번역한 성경을 ‘불가타’(Vulgata, 대중적이라는 뜻) 성경이라 부릅니다.
성 다마소 1세 교황은 성인을 비서로 임명하면서 신ㆍ구약 성경 번역을 성인에게 맡겼습니다. 당시 라틴어 성경 번역본이 여러 권 있었지만, 로마 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성인의 대표작인 불가타 성경은 성경 원문에 충실한 라틴어 번역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인은 성경 번역뿐만 아니라 그리스 교부들의 성경 주석서를 라틴어로 번역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당대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라틴어 모두에 능통했던 학자는 예로니모 성인이 유일했습니다.
이 밖에도 성인은 창세기, 시편, 예언서 등을 해설한 주석서는 물론 역사서, 서간, 교의 신학서, 이단논쟁서 등 성경과 신학 전반에 걸쳐 수많은 책을 저술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예로니모 성인을 두고 “예로니모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성인은 어린 시절 로마에서 유학하며 라틴어와 고전문학을 배웠습니다. 또 373년에는 안티오키아에서 성경 주석법과 그리스어를 공부했습니다. 이후 사막에서 은수 생활을 하면서 히브리어를 익히며 성경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성인의 성경 사랑은 성인이 남긴 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늘 성경을 읽으십시오. 아니 당신 손에서 성경을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지혜가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성경이 그대를 보호해 줄 것입니다….”
성인은 당시 득세하던 이단에 맞서 교회를 수호하는 데에도 노력했습니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힘을 합해 펠라지우스 이단을 단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성인은 다마소 교황이 선종한 뒤 베들레헴에 정착해 수도 생활을 하다 선종했습니다. 성인은 수덕 생활의 수호성인, 신학교 수호성인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강론 : (루카 9,57-62)
<예수님을 따르려면>
"그들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루카 9,57-58)"
여기서 '어떤 사람'이 바라는 것은,
사도들과 같은 급의 제자가 되어서 예수님을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시든지' 라는 말은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나를 따라다니면 편히 쉴 곳도 찾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될 텐데,
그래도 따라다니겠느냐?" 라는 뜻입니다.
("정말로 힘든 생활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 라는 뜻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마음이 변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는지,
아니면 예수님의 말씀 때문에 기가 꺾여서 포기하고 돌아섰는지,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지금 예수님의 말씀은,
좁은 뜻으로는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살다보면 정말로 어렵고 힘든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성직자가(수도자가) 되겠느냐?" 라는 뜻으로 하시는 말씀입니다.
넓은 뜻으로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예수님을 따라가는 생활이고,
성직자나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또 종교박해가 없더라도,
신앙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게 되는 생활입니다.
그래서 지금 예수님의 말씀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라는 말씀과 뜻이 같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1) 예수님을 따라가는 생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입니다.
무슨 초인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든지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로 사는 것도 그렇고, 성직자나 수도자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자 자신이 지고 갈 수 있는 십자가만 주십니다.)
2) 예수님을 따라가는 생활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다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사실은 기쁨과 행복을 누릴 때가 훨씬 더 많고,
전체적으로 보면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생활입니다.
'십자가' 라는 말에서 '고통'만 연상하는 것은 고정관념입니다.
3) 최종 목적지는 영원한 기쁨과 행복이 있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는 생활은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그 목적지를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이 힘들 때도 있고 편안할 때도 있는데,
목적지를 잊어버린다면,
힘들다고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편안하고 좋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추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 하고 말씀하셨다(루카 9,59-60)."
여기에 나오는 사람의 태도는 열두 사도의 태도와 완전히 대조적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보면,
그들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자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섰습니다(루카 5,11).
여기서 '먼저 집에 가서' 라는 말은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나중에" 라는 뜻입니다.
전체 내용을 볼 때,
'아버지의 장사' 라는 말은 실제 장례식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일종의 비유나 상징으로 해석됩니다.
즉 신앙생활의 반대쪽에 있는 '세속의 생활들'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라는 말은,
"세속의 일들을 '먼저' 정리하고 신앙생활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 경우에 그 '나중'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영영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먹고살기가 바쁘니까,
은퇴하면 그때 가서 신앙생활을 하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은퇴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부모의 장례도 치르지 말라고 막으신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라는 말씀은,
"세속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라는 뜻이 들어 있는
비유적인 말씀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죽은 이들이 죽은 이들의 장사를 지낼 수는 없으니,
표현만 보아도 이 말씀은 비유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1-62)"
겉으로만 보면, 세 번째 사람의 상황은 두 번째 사람의 상황과 거의 비슷한데,
사소한 세속 일에 대한 집착과 미련이 훨씬 더 강한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세 번째 사람에게 하신 말씀은,
"세속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라는 정도의 가르침이 아니라,
"네가 세속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너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라는 무서운 경고 말씀입니다.
세속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는 일도 '십자가'에 포함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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