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5년 12월 6일 다해 대림 제2주일

dariaofs 2015. 12. 6. 05:30

 

                                                                     (루카 3,1-6)      

 

 

<회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광야에서 외치는 이' 라는 말은 '하느님의 예언자'를 뜻합니다.
(여기서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원래 '광야'는 하느님을 체험하는(만나는) 장소를 상징합니다.
'광야'를 황무지로 생각한다면,
외롭고 쓸쓸하고 두렵고 삭막하기만 한 우리 인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광야에서 외치는 예언자의 소리는
그런 인생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주님의 길'은 여기서는 '주님께서 나에게 오시는 길'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말이고,
이 말은 회개하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길'을 '내가 주님께 가는 길'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듯이, 또는 길 잃은 양을 찾듯이 나를 기다리시고 찾으시는
주님께로 가기 위한 길.
그래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것은
주님께로 잘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이 노력이 바로 회개입니다.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라는 말은,
탐욕과 이기심과 원한과 미움 등을 없애라는 뜻입니다.
탐욕(욕망), 이기심, 원한, 미움 등은 우리 마음속의 가장 깊은 곳에 있어서
누구라도 그런 것들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까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라는 말은, 교만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는 말이 연상됩니다.
인간이 아무리 잘난 체 해도 한낱 피조물일 뿐입니다.
지금 세상을 보면, 자기가 한 일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 일이 인간들의 눈에는 위대한 업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이 아니라면,
그런 것은 그냥 허물어져서 먼지처럼 흩어지고 마는 바벨탑이 될 뿐입니다.
그러니 항상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져야 합니다.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라는 말은,
죄에 물들어서 비뚤어지고 거칠어진 생활을 버리고,
올바른 생활을 하라는 뜻입니다.
요즘 세상을 보면, 다들 이상한 사고방식에 물들어서
'비단결 같은 고운 마음씨'로 사는 사람은 비웃고, 조롱하고,
제 멋대로 죄를 지으면서 거칠게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력적이다, 멋있다, 라고 말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선을 비웃고 악을 칭찬하는 일, 그런 일은 '사탄의 일'입니다.

 

'모든 사람'은 글자 그대로 '모든 사람'입니다.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만 회개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피조물이(마르 16,15) 전부 다 회개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공적으로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심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무도 하느님 앞에서
"나는 죄인이 아니다. 나는 죄가 없다." 라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말 자체가 죄가 됩니다.

 

'회개'는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일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죄를 뉘우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인생 전체를 바로잡아서
하느님의 뜻과 예수님의 가르침에 일치되는 생활을 하는 것,
그것이 회개입니다.

 

라디오를 제대로 들으려면 우선 먼저 주파수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기 위해서 마음의 주파수를 잘 맞추는 일에서부터
회개가 시작됩니다.
만일에 주파수를 올바르게 맞추지 않는다면 잡음만 듣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세속의 소리들만 잔뜩 듣게 될 것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탄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아마도 그 전에 이미 하느님의 음성을 안 듣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탄의 유혹을 받을 때, 그리고 그것을 식별하기가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기도밖에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마르 9,29).
유혹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그것을 막는 방법도,
유혹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방법도,
이미 다가온 유혹을 물리치는 방법도 기도뿐입니다.
기도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회개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기도 없는 회개는 회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개는 우리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대로 회개하려면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주님께서 도와주셔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일은, 즉 회개는
내가 주님과 함께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회개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주님께서 도와주실 때 직접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옆에 있는 형제를 통해서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형제의 충고나 권고나 훈계가 듣기 싫어도,
그것이 나의 회개를 도와주기 위한 선한 말이라면,
기꺼이 들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주님의 음성이 어떤 방식으로 오든지 간에
그것은 우리가 주님께로 곧장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일과 같습니다.
'회개'는 한눈팔지 않고,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다른 곳을 들르지도 않고,
지름길로 곧장 주님께로 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