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일러스트=문채현 |
미혼모(未婚母).
혼인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된 이들을 말한다. 미혼모가 된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선택한 용기 있는 엄마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면서도 뱃속 아이에게 삶을 선물해 준 이들이다.
당연히 그 선택과 용기에 격려와 지원이 뒤따라야 하지만, 세상은 정 반대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해 집을 나와 시설에서 아이를 낳는 미혼모들이 대부분이다.
10개월 된 딸을 키우는 김은영(27, 가명)씨는 “아이 출산 소식을 부모님께 알렸더니, 낳지 말라는 아이를 낳았으니 알아서 책임지라는 답만 돌아왔다”면서 “아이를 낳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모유 수유할 때 자신의 가슴을 꼭 무는 아기를 보면서 양육을 결심했다. 하지만 앞길은 막막할 따름이다.
남자친구는 임신 소식을 듣고 난 뒤 연락이 끊겼다. 다니던 직장엔 결혼도 안 했는데 임신했다고 말할 수 없어 결국 사표를 냈다.
미혼모 실태 조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9)에 따르면 미혼모들은 경제적 문제(33.9%)를 임신 이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마음 혼란(26.6%), 아기 장래 문제(11.2%), 가족과의 관계(10.7%) 순이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가족들에게 도움이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도 크다. 미혼모 실태조사에서 미혼모들은 임신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더니 38.2%가 임신 중절 권유를 받았다고 답했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답을 들은 미혼모도 9.7%나 됐다. 아기 아버지와 결혼 권유를 받은 미혼모는 16.9%에 그쳤다. 출산 후 양육에 관해서는 미혼모의 35%가 가족들이 입양을 권유했다고 답했고, 20.7%는 알아서 해결하라 했다고 답했다.
가족들이 새 생명을 받아들이고 품어주기보다는 회피하고 부정하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리 사회가 지닌 미혼모에 관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지영현 신부는 “혼인하지 않은 어린 자녀가 임신했다고 하면 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낙태시키려 한다”면서 “미혼모라는 말부터 없애고 이들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엄마로 바라보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혼모 보호시설 마음자리 관계자는 “미혼모들은 아이와 둘이 살아가야 한다는 막막함에 힘들어 한다”면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여성인력개발센터 등과 연계해 직업 교육도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 지원체계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혼모 지원은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임산부나 미혼모가 처한 개별적 상황에 맞는 돌봄이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미혼모 나이와 교육 수준에 따라 맞춤식 지원이 이뤄지기엔 인력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은 전국적으로 50여 곳에 불과하다.
미혼의 대학생 딸이 임신하자 낙태 대신 결혼시킨 최금현(로사)씨
“아직 대학생인 딸이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별로 고민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부끄럽고 창피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한바탕 웃고는 딸에게 축하한다고, 새 생명을 가진 건 축복받을 일이라고 말해줬어요.”
20대 두 딸을 키우는 최금현(로사, 서울 갈현동본당)씨는 지난해 첫날을 잊지 못한다. 2015년 1월 1일. 큰딸이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동생이 남자친구 아기를 가졌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현재 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둘째 딸은 이제 24살이다. 당시 임신한 딸은 차마 부모에게 직접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해 언니가 나섰다.
최씨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새해 벽두부터 하느님께서 큰 선물을 주신다고 생각했다”면서 “둘째 딸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남자친구와 서둘러 결혼해 새 생명을 축복 속에 맞으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다른 집 같았으면 집안이 발칵 뒤집혔을 일이었지만, 최씨는 “신앙이 있기에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당에서 생명분과 일을 하며 신자들에게 가톨릭 교회 생명에 관해 교육을 했거든요. 지금은 생명분과장을 맡고 있고요. 그래서 더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찌 됐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 우리 가족에게 왔는데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딸과 남자친구도 기특하게 생각됐고요.”
문제는 딸의 남자친구 집안이었다. 지금은 사돈으로 잘 지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남자친구 어머니는 최씨를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지우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 것 아니냐고 했다.
둘 다 너무 어리니 우선 아이를 지우고, 나중에 결혼시켜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쪽 어머니 마음도 이해가 갔죠. 그래도 우리는 가톨릭 신자로서 낙태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서로 울기도 하며 서너 시간 넘게 얘기했어요. 마침 제 가방에 생명교육할 때 썼던 12주 된 태아 모형이 있었던 거예요.
그걸 꺼내 보여주며 지금 아기가 이렇다고 설명해 드렸죠. 그때 마음을 돌린 것 같더라고요. 결국, 결혼시키기로 하고 얘기를 끝냈어요.”
최씨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모두 알렸더니 다들 잘했다고 축하를 많이 받았다”면서 “생명을 받아들이니 아이들 결혼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가 된 이들은 대부분 부모가 받아주지 않아 힘들텐데 안타깝다”면서 “생명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께서 그만큼 은총을 주신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고 했다.
박수정 기자(평화신문)
'기 획 특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NIE-신문으로 크는 신앙]응답하라...주님의 특별한 부르심 (0) | 2016.02.01 |
|---|---|
| [자비의 특별 희년] (8)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길벗사랑 공동체 봉사자 ...박은희 마리아 (0) | 2016.01.29 |
|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4> 르망대성당 ‘예수 승천’ (0) | 2016.01.27 |
| ‘자비의 특별 희년’, 가톨릭 정신 흐르는 영화 속으로 빠져 봅시다~ (0) | 2016.01.25 |
| 대구 민화위, 중국 순례(상)-안중근 의사 평화의 길 따라가다 (0) | 2016.01.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