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주교회의 가정사목위·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과 한국천주교회의 가정사목’ 세미나

dariaofs 2016. 12. 14. 12:04


약혼부터 위기까지… 가정생활 모든 단계에 교회가 ‘동반’해야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가정사목 해법 논의
전문적 도움 줄 사목자·평신도 양성 중요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과 한국천주교회의 가정사목’을 주제로 12월 12일 마련한 세미나에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조환길 대주교가 총평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사랑의 기쁨」을 통해 현 시대 혼인과 가정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목적 쇄신에 관해 적극적으로 밝혔다.


특히 교회가 취해야 할 가정사목의 길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신 행동 방법, 곧 사랑과 자비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이 권고 내용을 한국교회 사목현장에 올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번 세미나는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 「사랑의 기쁨」이 지니고 있는 신학적 전망에서부터 구체적인 실천 방향 등을 모색하는 장을 제공했다.

세미나에서는 최현순 연구원(서강대 신학연구소)이 ‘교회와 현대세계에서 「사랑의 기쁨」이 갖는 의미’에 관해, 강영목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 담당)가 ‘「사랑의 기쁨」에 따른 한국교회 가정사목의 향방’에 관해 각각 발표했다.


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강영옥 연구원(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김순미 교수(충남대)는 각각 논평에 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현순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정사목과 관련해 제시하는 사랑과 자비의 길은 ‘동감’, ‘동반’, ‘식별’의 태도를 갖고 통합을 지향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또 “가정사목에 근본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본당이기 때문에 사제들과 부제들, 수도자들이 가정사목에 적합하도록 준비돼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 양성 과정에서부터 가정사목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영목 신부는 발제에서 가정사목의 중심은 가정에 있으며, 가정 구성원들의 복음화를 위해 평신도들에 대한 지속적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신부는 “권고의 표현처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긍정의 모습이 기본적으로 가정 사목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가족제도와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볼 것인가에 따라 변화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대처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강 신부는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가정사목의 한 부분은 혼인과 젊은 가정을 위한 사목적 연구와 지원, 양성 강화”라고 제시하고,


 “예방적 가정사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세속화의 흐름에 흔들리는 가정교회가 양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논평에서는 한국교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어머니성’의 회복이라는 조언과,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평적 사목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정사목의 목표와 장기적인 사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세미나는 12월 12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진행됐다. 다음에서는 각 주제발표를 요약, 소개한다.


                            


■ 제1발제 ‘교회와 현대세계에서 「사랑의 기쁨」이 갖는 의미’ - 최현순 연구원(서강대 신학연구소)

위기 겪는 가정에 구체적·실질적 도움주도록 노력해야


「사랑의 기쁨」은 ‘자비’라는 해석틀 안에서 사목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자비란 ‘사랑이 자체를 드러내는 모습 또는 영역’이다.

또한 사랑은 교회를 이해하고,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사랑에 대한 교황들과 공의회의 관심은 사랑의 실천적 형태인 ‘자비’에 대한 강조로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기쁨」을 통해 가정에 관련된 교리를 다루거나 신학적 논의를 하는 것보다, 사목적 도움을 주는 것에 더 큰 관심을 표명한다.

특히 「사랑의 기쁨」에서 가정을 바라보는 출발점은 가정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려는 일종의 현실주의다. 가정에 대한 현실주의적 시선은 가정을 교의와 윤리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에 앞서 그 ‘약함’을 이해하도록 초대한다.

가정이 지닌 ‘약함’에 대한 ‘동감’은 그 약함에 ‘동반’해줄 것을 요청한다. 약함은 단죄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은총의 장이다. 또한 ‘동감’은 자비 안에서, 그리고 자비는 사랑 안에서 움직인다.

동반의 주체는 사목자들만이 아니라 평신도들 나아가 교회 공동체 전체다. 「사랑의 기쁨」은 이 동반 주체의 양성에도 큰 관심을 가진다.

또 가톨릭 사제의 특성상 가정체험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신학생들에 대한 가정사목 관련 교육과정에 평신도들과 특히 여성들이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제만이 아니라 가정사목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평신도 양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동반은 약혼 단계에서부터 결혼 준비 단계, 결혼 초기, 위기 상황, 파경의 상황 등 모든 단계에서 이론적이 아닌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사목자 만이 아니라 공동체적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운영돼야 한다.

특히 본당은 전문적 부부들이 젊은이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준비된 곳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러한 동반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사목자를 비롯해 공동체 전체가 각자의 몫을 수행함으로써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2발제 ‘「사랑의 기쁨」에 따른 한국교회 가정사목의 방향’ - 강영목 신부(대구대교구 가정사목 담당)

구성원 개인보다 ‘가정’ 전체 대상으로 통합사목 필요


가정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는 표현은, 「사랑의 기쁨」 권고의 핵심이며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원래 가정은 문제의 공간이 아니라 사랑의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발생하는 수많은 가정의 문제와 그 해결 이전에, 가정이 지니는 본성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고령화, 늦은 결혼, 핵가족 현상, 한 가정에 2·3명의 가족, 혹은 1인 가정 등으로의 변화를 겪고 있다. 또 도덕적, 영적, 사회적 가치의 부재, 높은 낙태율과 이혼율 등을 보인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 성숙한 그리스도인 가정을 위한 평신도 양성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교회의 한부분의 노력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한 우선적 요청이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가정을 위한 평신도들의 지원과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평신도 양성자들이 다른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양성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하고 복잡한 오늘날의 가정의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면서 유연하지만 본연의 교회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정의 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식별할 수 있는 사목자의 양성이 중요하다.

아울러 가정성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전망 아래, 근본적인 방향 설정과 교회의 가르침을 토대로 한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과 자료들이 계속 연구되고 계발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사랑의 기쁨」 권고의 한국 실정에 맞는 적응과 접근의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목이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위한 교회의 지상에서의 모든 활동이라면, 개별 사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각각의 사목의 흐름이 통합적으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 구성원들, 특히 가정에 대한 부분은 그 누구도 예외가 없기에, 개별 구성원들만을 위한 사목이 아니라, 가정에 중심을 맞추는 사목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정들의 가정이라 일컫는 본당에 있어 가정 사목은, 개별 개체들만의 사목이 아니라 통합적인 가정 중심의 사목으로 역량이 집중되어야 함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정아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