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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 제4주일 - 예수님에게서 희망 찾는 청년 예비신자와 신영세자들

dariaofs 2016. 12. 15. 05:00

“머리에서 가슴으로…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12월 3일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 열린 세례식에서 영세자들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빛이 됐다”는 의미의 세례초를 받아들고 성가를 부르고 있다.


■ “고해성사 너무 궁금해요”

“고해성사를 제일 먼저 해보고 싶어요.”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는 12월 30일 기다리고 기다려 온 세례식을 앞두고 있는 전무이(20·가톨릭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1년)씨는 세례를 받고나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뭐냐는 물음에 뜻밖에도 ‘고해성사’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성지순례나 피정 정도가 예상답안(?)이었기에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다가왔다.

“살아가면서 제 잘못을 누구한테 얘기해 본 경험이 없어요. 고해성사를 한다는 건 자기 입으로 사제에게 자기 잘못을 말하고 뉘우치는 것인데…. 그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웃음)

가톨릭대에서 예비신자들을 위한 집중교리수업을 들으며 세례를 준비하는 전씨, 고해성사에 대한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맞아요, 저도 고해성사가 너무 궁금해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안 하는 거니까요.”

같은 교리반의 손혜린(26·가톨릭대 화학과 대학원)씨도 전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손씨는 “세례를 받으면 묵주기도를 해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리과정 중 한 달에 한 번꼴로 마련되는 피정은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오랫동안 메말라 있던 대지에 시원한 물을 쏟아 붓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고해성사도 우리 삶에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강대 교목처장 김용해 신부가 한 학생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 “친구 따라 성당 왔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함께하는 사람에 끌려 교회로 발걸음을 한 경우도 적잖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전례부 사람들을 만났는데, 저하고도 잘 맞고 모난 사람들이 없어서 이 사람들이라면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천주교를 잘 몰랐지만 전례부 사람들과 계속 만나기 위해서 세례를 받기로 했어요.”

김희원(힐데가르트·서강대 생명과학전공 1년)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서강대 교목처 동아리 생활전례부를 접하며 가톨릭을 가까이 하게 됐다. 전례부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받은 감동들이 적잖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전례부 회원으로 오래도록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세를 자청하게 됐다. 그랬기에 지난 3월에 시작해 10개월을 달려온 예비신자 교리과정이 즐겁기만 했다.

“처음 접하는 교리에 가끔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궁금증이 솟구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같은 하느님을 알아간다는 즐거움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씨처럼 교회 품 안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좋아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어오는 사례는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지순례 등의 행사를 하고 나면 세례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좋아하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이 신자이기 때문에 그저 친구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예비신자 교리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이 제법 있습니다.”

가톨릭대 교목실장 최준규 신부의 전언이다.


                          가톨릭대 예비신자 교리반 학생들이 교리 수업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매력적인 예수님

권도혁(요한 크리소스토모·25·서강대 정치외교학 대학원)씨 경우는 교회가 전하는 가르침에 빠져 자발적으로 교회를 찾은 사례다.

“전공과 관련한 정치사상, 정의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우연히 가톨릭 사회교리를 접하게 됐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작은 이에게 먼저 손을 뻗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들어 권씨처럼 이웃 사랑, 나눔 등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 예비신자 교리반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반응이다.

서강대 예비신자 교리반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연(야고보·예수회) 수사는 “맡았던 교리반의 한 학생은 가치 부재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희망과 같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고 싶어 교리반에 왔다고 했다”며 입교를 원하는 이들의 바람을 전했다.

“솔직히 처음엔 성경의 신비스런 부분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거듭할수록 ‘절대적인 사랑’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지난 12월 3일 서강대에서 세례를 받은 권도혁(요한 크리소스토모)씨는 예비신자 교리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예수님의 사랑에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든 살려나갈 생각이다.

“저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 같아요. 세례 준비를 시작한 것도 저 자신을 위한 이유가 컸던 게 사실이었거든요.”

손혜린씨는 교리수업을 듣는 중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다.

“교리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가톨릭 교리가 그의 시선을 이웃을 포함한 공동체로까지 확장시키며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예비신자 교리교육 현장에 있는 사목자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서강대 교목처장 김용해 신부는 “예비신자 교리반을 운영하다 보면 교리반 학생들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지적인 호기심으로 가톨릭을 대하다가 자신도 몰랐던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생깁니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면서 자신이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자기가 삶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방식에서 하느님 뜻에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이죠.”



                                             가톨릭대 성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는 예비신자 교리반 학생들.

■ 빛을 기다리는 젊은이

“우리 시대 청년들 불쌍한 것 맞아요!”

‘수저계급론’, ‘N포 세대’ 등으로 규정되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 주님의 자녀로 새롭게 나고 있는 청년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현실과도 당당히 맞설 기세였다.

“학자금을 대출 받아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지금의 부모님을 만나서 행복하고 주변 인연들에게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김희원(힐데가르트)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 담담히 인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소용돌이치는 현실 안에서 발견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희망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손혜린씨도 “젊은이들이 힘들게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은 열심히 살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갖고 있다. 이 상황이 너무 절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빛이신 주님께 더 매달리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권도혁(요한 크리소스토모)씨는 자신이 깨친 그리스도 정신을 세상 속으로 확장해나가는 데서 희망을 찾았다.

“경제적으로 더 나아져서 발 뻗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례를 통해 얻은 가르침을 원동력 삼아 좀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무지 희망을 찾기 힘든 세상, 그런 가운데서도 가슴으로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이들은 새로운 희망을 향한 여정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조지혜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