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정기총회 다녀온 염수정 추기경

“급변하는 시대 속 가정교회 돕는 데 적극 나서야”

고통받는 아시아교회 현실 깊이 인식
세심한 사목적 배려로 도움 제공해야
혼인교리·가정기도·교육 중요성 강조
“성가정 모범 본받는 작은 교회 되길”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정기총회에 다녀온 염수정 추기경은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서울대교구 홍보국 제공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제11차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 정기총회가 열렸다.

‘아시아의 가톨릭 가정 : 자비의 사명을 실천하는 가난한 가정교회’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아시아 28개국 주교회의를 대표해 137명의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참가했다.

 FABC 총회에는 아시아 추기경들이 당연직으로 참가한다. 추기경으로서는 처음으로 FABC 총회에 참가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이번 회의 내용과 의미에 관해 들었다.

“세상은 점점 물질 중심의 흐름으로 채워지고 이기주의가 인간 소외 현상을 낳고 있는 오늘날, 주님의 자비를 전하고 신앙을 키워가는 못자리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FABC 제11차 정기총회에 다녀온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번 회의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염 추기경은 “아시아 각국 주교님들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교회가 현재 처해진 상황을 인지하고,

그로 인해 신앙인들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했다”면서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와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강조했듯이 ‘가정’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이 FABC 총회에서 본 각국 가정의 모습은 세계화로 인해 다들 비슷한 양상을 드러냈다. 다만 아시아교회는 더 가난하기 때문에 더 고통받고 있었다.

염 추기경은 “결혼이 늦어지며 따라오는 저출산 문제, 노인문제,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 처해있는 환경들이 다들 매우 비슷했다”면서

 “주교들은 혼인교리의 중요성, 가정기도와 성사적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가정이 변화의 시대에 놓여 있지만 이를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지녀야한다는 데 그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총회는 FABC가 준비한 작업문서(working document)를 중심으로, 함께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각 나라 주교회의별로 가정사목과 관련한 교구 현황 등 준비한 것을 발표하고, 그에 관해 토의를 이어갔다.

아시아주교회의 각 파트(성직자, 가정, 홍보, 정의평화, 기후변화)별 보고서를 듣고 질의응답하는 시간, 나라마다 이를 듣고 지역별로 토의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총회 최종문서에 대한 내용 검토 시간도 뒤따랐다.

염 추기경은 “FABC 최종문서는 아시아의 가정이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선교사가 되어 주길 당부한다”면서

 “가정은 신앙 안에서 복음대로 살고, 변화의 시대를 살면서도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는 교회의 모습을 가지도록 노력하며, 삶의 어려움과 여러 도전들을 거슬러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가정은 자녀들이 사랑과 자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할 것”이라면서 “나자렛 성가정을 완전한 모범으로 삼아 자비의 사명을 수행하는 작은 교회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를 보더라도 이혼율과 자살률이 높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따라오는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일자리 문제로 가정과 떨어져 사는 이들도 많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시아 가정의 공통된 문제다.

염 추기경은 “이렇듯 가정이 깨져나가는 상황에서 우리 교회가 노력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면서 “눈에 보이게는 혼인 무효 소송 간소화 등을 이뤄나가고,

더 근본적으로는 예비부부를 위한 혼인교리, 모든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생명교육 등 현대 사회에서 잊고 사는 가치에 대해 계도 차원의 인식 교육과 세심한 가정사목을 교회가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교황청이 가정을 위한 조직을 새로 구성했듯이, 지역 교회도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 사목을 위해 투신해나갈 수 있는 새 판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가정을 성사 안에 머물게 하고,

복음 안에 살 수 있도록 교회로 모이도록 이끄는 것과 동시에 인터넷이 발달한 만큼 가까이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적 서비스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염 추기경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가정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자들을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오늘날 가정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지 잘 알고 있다”면서 “가정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주님의 자비를 전하는 ‘사도’로서 서로가 서로를 통해 믿음과 희망,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를 위한 빛과 힘은 성체성사와 주님의 복음 속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성가정을 이룰 때, 그 사랑은 이웃에게도 퍼져나가고 온 사회, 온 나라로 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