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아프리카 노래와 춤사위에
어깨가 ‘들썩’ 마음은 ‘훈훈’
“성탄의 기쁨 함께 나눠요”
학교·의료시설 건립비 모금 공연
토산품·먹거리 바자도 함께 열어
국가와 언어 초월해 한데 어울려
■ 난생 처음 겪는 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
인천 영종도 한적한 곳에 위치한 펜션. 추운 날씨에도 펜션 가까이 다가가자 아프리카의 뜨거운 열기가 후끈 전해오는 것 같았다. 12월 15일 점심 무렵 안에서는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성가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원장 김영민 신부)가 학교와 의료시설 건립 등 잠비아 선교비 모금을 위해 한국에서 성탄 전후에 열고 있는 성가제에 초청된 성가대원들이다.
잠비아 교회 신자들이 성가대를 만들어 한국에서 공연을 연 것은 처음이어서 잠비아 성가대원들은 멋진 공연을 펼치겠다는 열의가 넘쳐 보였다.
펜션 입구를 지키는 덩치가 커다란 개는 추위가 즐거운지 컹컹 짓고 있지만 잠비아 성가대원들 상당수는 실내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거나 장갑을 끼고 있었다.
건강미와 자연미를 담은 까만 얼굴이 묘한 매력을 풍기는 성가대원들에게 ‘추운’ 크리스마스는 태어나 한국에 와서 처음 겪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잠비아 성가대는 지휘자 유스타스 카붸 신부(잠비아 은돌라교구 은데케본당 보좌)를 포함해 남자 6명, 여자 12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됐다.
잠비아 성가대 국내 일정을 돕고 있는 임주현 신부(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는 “잠비아 성가대원들은 은돌라교구 9개 본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실력을 쌓은 신자들”이라며
“잠비아의 크리스마스는 덥고 습한 우기여서 한국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춥고 신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비아 성가대원들은 적게는 17세(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서 많게는 3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지만 20~24세 여성 신자들이 주축이다. 직업도 대학생, 초등학교 교사, 형사, 엔지니어 등으로 다양하며 잠비아에서는 고학력, 엘리트들이다.
한국인 사제들을 잠비아에서 만나 신뢰와 존경의 감정을 느껴 온 이들은 한국에서 성탄절 공연을 한다는 설렘에 하나같이 상기된 얼굴이었다.
■ 하느님 향한 단순하고 진실된 신앙 노래
잠비아에 가톨릭이 전파된 시기는 한국보다 이른 16세기로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서였다. 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잠비아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성가대를 꾸려 한국 신자들을 위해 첫 공연을 한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더없이 큰 성탄 선물이었다.
이 공연은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가 1996년 잠비아에 진출해 무풀리라와 땀부에서 의료, 교육사업을 전개하며 복음 전파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열렸다는 점에서도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다.
유스타스 신부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우리 성가대 노래부터 먼저 들어보라”고 했다.
잠비아 성가대는 ‘요나 예언자’와 ‘살아계신 주님’을 불렀다. 한국인들은 들어보기 힘든 울림이 큰 목소리였다. 육성만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색다른 느낌이 감동적이었다.
유스타스 신부는 “한국 신자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하느님을 진솔하게 신뢰하는 아들, 딸들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 신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절반 이상의 잠비아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입학해도 제대로 학교생활을 못하다 중퇴하는 경우가 많아 문맹률이 높은 데다 의료시설도 부족해 아파도 병원 치료를 잘 못 받는다”며 잠비아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스타스 신부는 이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바라실 뿐”이라면서 “잠비아 성가대가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것 역시 하느님을 향한 단순하고 진실된 신앙”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신자분들이 저와 성가대원들을 환대해 주셔서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어 감사하다”는 인사도 전했다.
■ 한국에 잠비아를 옮겨 놓은 듯
잠비아 성가대는 12월 17~18일 열리는 인천교구 김포 청수성당 공연 리허설을 위해 점심을 먹고 바로 청수성당으로 향했다.
이날 공연 리허설은 물론 아프리카 토산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바자 준비도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 수사와 봉사자들이 앞장서 준비해야 했다.
청수성당 내부와 계단 벽에는 잠비아의 자연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들을 걸어 청수성당에 잠비아를 잠시 옮겨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잠비아 성가대는 청수성당 대성전에 들어서자 공간 구조를 유심히 살폈다. 마이크나 악기 반주 없이 오로지 육성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어서 목소리의 울림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느냐에 관심을 집중했다.
마에스트로(음악 지도) 역할을 하는 벤슨 물랭가(31)씨가 아프리카의 야성미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성가대를 지휘하며 이틀 뒤 있을 공연에서 선보일 곡들을 연습했다.
유스타스 신부도 아프리카 드럼인 인곰마로 리듬을 맞추다가 무엇인가 미흡하다 싶은 부분에서는 성가대원들에게 따끔하고도 진지한 모습으로 조언을 던졌다.
리허설에 동행한 임 신부는 “잠비아 성가대가 고유 언어인 벰바어로 부르는 곡들은 악보가 따로 없는 구전 가락을 벤슨씨가 가사와 멜로디를 채록해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메시아’, ‘임마누엘’, ‘마리아’ 같은 어휘만큼은 국가와 언어를 초월해 성탄을 맞이하는 환희를 노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 첫 공연… 모두 함께 어울린 축제의 장
12월 17일 오후 8시 청수성당 3층 대성전. 검은색 하의에 흰색 상의, 검은 목도리를 맞춰 입은 잠비아 성가대원들이 유스타스 신부 지휘로 제대 앞 무대에 섰다.
‘주님, 당신께 가까이 가도 될까요?’(Odi odi odi We Mfumu), ‘예수님 등에 업힌 아이처럼’(Umwana Balamupapa)부터 ‘오! 나의 하느님’(We Yesu Kristu Wandi), ‘성모의 마음’(Uli ndi mutima)까지 1시간 남짓 공연이 이어졌다.
잠비아의 대자연과 야성미를 풍기는 유스타스 신부의 지휘와 아프리카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성가대원들의 독특한 춤사위에 신자들도 흠뻑 빠져들어 금세 춤을 따라하며 흥겨워했다.
공연은 청수성당 대성전에서 마지막 곡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잠비아 성가대원들이 대성전 중앙통로로 성가와 춤을 곁들여 이동하자 신자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렬에 동참했다.
긴 행렬은 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 청수성당 식당 옆 홀에서 또 한 번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잠비아 성가대, 청수본당 주임 현명수 신부와 신자들이 완전히 한데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진한 우의를 다졌다.
이날 공연을 본 인천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조경희(잔다르크·54) 회장은 “밝은 모습으로 노래하는 잠비아 성가대원들이 반갑기도 하면서
학교와 의료시설 건립 모금을 위해 한국에 공연을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짠했다”면서 “잠비아 어린이들에게 하루 빨리 꿈과 소망을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비아 성가대 공연은 12월 24일 서울 행운동성당, 12월 3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017년 1월 8일 대전 대사동성당에서 계속된다.
※후원 계좌 농협 351-0290-2053-63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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