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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1) 종일 사목해도 신자들 웃음에 피로가 싸악~

dariaofs 2017. 1. 10. 04:30
탄자니아 (1) 이창원 신부(서울대교구)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선교하러 나와 있는 이창원 다니엘 신부입니다.


저는 지금 아프리카 선교회(Society of African Missions) 협력 사제로 탄자니아 신양가(Shinyanga) 지역의 부기시(Bugisi)라는 시골 본당에서 선교회 소속 사제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탄자니아 부기시.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고, 면적이 우리나라의 10배 정도 되는 큰 나라입니다. 스와힐리어를 쓰지만 지역마다 부족어를 사용합니다.


많은 분이 탄자니아 하면 커피를 떠올리실 텐데, 실제로 이 나라 사람들은 커피를 거의 안 마십니다. 대부분 수출해서 돈을 벌거든요.

탄자니아에는 동물의 왕국인 세렝게티 초원이 있고 아프리카에서 최고로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도 있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커피 수출과 관광사업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이곳 사람들은 가난합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들이 많고 전기가 들어온다고 해도 전력이 부족해서 하루에 서너 번씩 전기가 나가는 일이 다반사지요. 또 깨끗한 물이 부족해서 더러운 호수의 물을 길어다 사용합니다.


그래도 신기한 건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불평하지 않고 늘 잘 웃고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 탄자니아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이창원 신부.


매일 공소 돌며 미사 봉헌

이곳 가톨릭 신자들의 비율은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종교적 심성도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신자들은 많은데 미사를 봉헌해줄 사제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제가 있는 부기시성당에도 공소가 30개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살고 있는 필리핀 신부님과 저는 매일 같이 공소를 다니며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를 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차를 몰아 공소를 방문하고 왔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본당 관할 구역이 매우 넓고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성당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살고 있는 신자들은 미사를 봉헌하러 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 반씩 운전을 해서 공소를 방문하고 미사를 봉헌하며 고해성사도 줍니다.

공소에 가면 많은 교우가 미사를 봉헌하러 모여듭니다. 멀리 사는 사람들은 한 시간에서 두 시간씩을 걸어 미사에 옵니다. 미사에 올 때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옵니다.


이곳 사람들은 미사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늘 정성을 들입니다. 이렇게 미사를 봉헌하니 사람들에게는 미사가 축제의 장이 됩니다.


그래서 미사 때마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기쁘게 미사를 봉헌하지요. 아프리카 사람들의 흥과 끼는 매우 풍부해서 한번 노래와 춤이 시작되면 오랫동안 계속됩니다.


그래서 보통 미사 시간은 2시간이 넘습니다. 오늘 미사 때에는 정성스레 키운 옥수수와 감자, 달걀과 비누가 봉헌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정성스레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미사가 끝나면 그 동네의 환자 봉성체를 가거나 돌아가신 분들의 무덤을 축복해주는 예식을 합니다. 이곳 대부분 사람은 의료 혜택을 잘 받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공소 미사 후 봉성체를 하고 기도해 드렸던 분들이 다음번에 미사 드리러 가면 돌아가셔서 무덤을 축복해주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무덤은 보통 자신들 집안 뒤뜰에 마련합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인 것이지요.


                                             ▲ 탄자니아 아이들.


기쁘게 신앙생활하는 신자들

그렇게 봉성체와 무덤 축복까지 끝나면 교우들은 자신의 집으로 신부를 초대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교우들은 신부를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합니다. 사실 이곳의 음식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우갈리(Ugali)라는 옥수수를 주재료로 해서 떡처럼 만든 음식과 끓인 콩을 먹지요. 하지만 신부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는 쌀로 밥을 지어주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소중한 닭을 잡아서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수를 사다가 함께 주기도 합니다. 최고의 밥상을 만들어 신부에게 대접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정성스러운 밥을 먹으면 자연스레 교우들의 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하지만 밥을 먹을 때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쌀 속 작은 돌들이 잘 걸러지지 않아서 식사 중에 돌을 씹기가 십상이거든요.

식사가 끝나면 음식을 준비해준 가정과 집을 축복해주는 예식을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축복받는 것을 참 좋아하지요. 그래서 축복의 기도를 함께하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성수를 뿌려주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매우 행복해하며 고마워합니다.

그렇게 아침에 나가서 공소 미사를 하고 돌아오면 하루가 다 지나갑니다.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후와 환경인 데다 낯선 스와힐리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이 분명 피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감사해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금 힘을 얻어 교우들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도움 주실 분 : 서울대교구 해외선교후원회

문의 : 02-747-2407

우리은행 454-035571-13-101
국민은행 375-01-0091-080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