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7) 의정부교구 광탄성당

dariaofs 2016. 12. 30. 04:30


자연에 기대어 주님 말씀 귀기울이는 곳



좋은 건축물과 나쁜 건축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여럿 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그 중 하나다.


이질감 없이 주변 환경과 어울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여길 정도로 조화를 이룰수록 좋은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 박달산 자락에 자리한 의정부교구 광탄성당도 그러하다.

자연과 함께 하느님 찬미하는 곳



면 소재지 끝자락에 터 잡은 광탄성당은 자신과 자연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 농로 양옆으로 핀 들꽃과 잡초들이 성당 터와 농지의 경계를 나눌 뿐이다.


성당의 녹색 지붕은 박달산의 푸르름을 거스르지 않고, 적벽돌 외벽은 대지의 붉은 기운을 거침없이 받아들인다. 기도의 연(緣)으로 맺어진 터여서 그런지 광탄성당은 자연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참 좋은 집이란 느낌을 받았다.


광탄본당 홈페이지 글에도 “봄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오시는 분을 반기고, 여름에는 개구리와 매미가 성가를 함께하며,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고개 숙인 벼와 얼굴에 홍조를 띤 단풍이 성당을 장식하고, 겨울에는 눈이 차별 없이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 주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심을 느끼게 한다”고 자랑한다.


광탄성당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 100여 명의 신자가 참여할 수 있는 아담한 전례 공간이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소박하고 단아하다. 그래서 편안하다. 신자석에 앉아 있다 보면 즐겁다.


성당 내부를 밝고 따뜻하게 꾸며 놓은 탓일 것이다. 원목 천장과 신자석, 밝은색 내벽돌, 흰 대리석 바닥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인지 쉽게 세파에 지친 나를 내려놓고 기도에 빠지게 한다.


  ‘조용한 기쁨!’ 이 기쁨이 평화이고 하느님이라는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고백처럼 큰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기쁨을 맛본다. 이 기쁨이 분명 이곳에 있다.

 

단조로움과 균형감이 공존


단조로움 속에 균형감도 존재한다. 성당 양 벽면 각 8개의 창에는 신ㆍ구약 성경 주요 내용을 주제로 한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루가 유리화 공방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들을 투영한 빛들은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운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상큼한 대기의 기운을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조로 흩뿌려놓은 성당 안은 이 공간이 거룩함만으로 채워져야 함을 깨닫게 한다.


제대 벽은 장미창과 대형 청동 십자가상이 설치돼 있다. 십자가상은 이영춘(미카엘) 작가의 작품이다. 십자가 아래에는 좋은 밭에 뿌려져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밀과 포도가 돋을새김 된 감실이 있다.


나무 제대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다. 십자가와 감실, 제대가 하나의 수직선을 이루고 있다. 이 집의 주인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웅변하고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발아래에 자리한 제대 앞에 무릎 꿇고 드리는 기도는 겸손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을 잊고 침묵만이 흐른다. 텅 빈 머리와 가슴을 느낀다. 그제야 의식한다. 세상 모든 것이 주님 뜻대로 이루어지길 청하고 있는 나를….


성당 옆 성모동산에는 십자가와 성모상이 서 있으며 야외 십자가의 길 14처도 꾸며져 있다. 태양과 달, 꽃과 나무, 들판 곡식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 정원이다.

2012년 4월에 봉헌된 광탄성당은 TV 드라마 ‘굿닥터’ ‘갑동이’ 등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본당 신자들은 예쁜 성당이라는 유명세보다 교우들의 친교가 넘치는 사랑의 보금자리로 광탄성당이 널리 알려지길 소망하고 있다.


글·사진=리길재 기자 (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