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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르포 - 빛과 소금을 찾아서] "빛을 만드는 사람들” - 순식물성 양초 제작하는 ‘바이오캔들’

dariaofs 2016. 12. 29. 04:30

장애인·고령자 우선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
유해물질 배출하는 파라핀 초 대신 친환경 초 제작
인천 가톨릭환경연대 등 활동 기금 마련 돕기도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갖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곳곳에 뿌리 깊이 박힌 부패, 이기주의와 상업주의 팽배, 반생명주의 확산 등.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어두운 현실에 ‘빛’을 밝히고, ‘소금’과 같이 자기 희생적인 삶으로 사회를 정화할 소명을 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본다. 어두운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빛을 내며 일어서 작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는 이웃들이다. 

초는 원래 벌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만들었다. 초기교회의 교부들은 벌이 동정성과 희생성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다.

교부들은 벌을 동정 마리아에 비유했고, 벌에서 나오는 밀랍은 동정 잉태의 결실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봤다. 따라서 벌의 밀랍으로 만든 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촛불은 예수의 십자가 희생을 뜻한다.

경기도 파주. 라벤더와 재스민의 향기가 퍼지는 친환경 초 제작업체 ‘바이오캔들’(대표 윤경중 요한 보스코, www.biocandle.co.kr)을 찾았다. 바이오캔들은 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팜유로 순식물성 양초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파라핀 양초는 석유화합물을 사용한다. 때문에 자동차 배기가스와 똑같은 유해성분을 배출하고 여기에는 벤젠, 톨루엔과 같은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그에 비해 바이오캔들에서 만드는 친환경 초는 유해가스나 오염물질, 그을음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순식물성 원료로 자연분해돼 환경에도 전혀 해를 입히지 않는다.



                       바이오캔들 윤경중 대표(왼쪽)와 최상진 공장장이 초컵에 팜유 추출 친환경 왁스를 붓고 있다.

공장 안에서는 최상진(59·미카엘) 공장장의 지휘 하에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바이오캔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들의 손을 거친다.

직원들은 틀과 컵에 직접 팜 왁스를 붓고, 중간 중간 왁스가 뭉치거나 빈틈이 있는지 확인한다. 또 심지가 바른 위치에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이렇게 해서 바이오캔들에서 만들어지는 초 종류는 제대초를 비롯해 기도초, 컵초, 향초 등 다양하다.

바이오캔들 윤경중 대표는 2012년 장애인 자활시설 성지보호작업장에 초 제작 사업을 제안해주면서 스스로도 친환경 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 산하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센터장이었던 윤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오염물질을 내뿜는 일반 파라핀 초를 만들게 할 수는 없었다.

성지보호작업장은 친환경 초 사업을 통해 2013년 서울시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2015년에는 최 공장장과 의기투합해 바이오캔들을 설립하고 직접 친환경 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신자들은 보통 기도할 때 정결과 회개의 의미로 초를 켜는데, 기도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유해물질과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특히 환경오염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친환경 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오캔들은 친환경 초 제작 기술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이웃들에게 희망의 빛을 나누어주고 있다. 친환경 초를 제작하고 있는 만큼 환경단체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그래서 사업 초창기부터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에는 생산단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친환경 초를 제공하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는 이 초를 판매해 활동 기금을 마련한다. 또 바이오캔들은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가 해마다 여는 기금 모금 바자에도 초를 기부한다.



                                                          친환경 컵초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장애인과 고령자를 우선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 형식의 기업 운영 방침도 바이오캔들의 특징이다. 실제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배송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애인과 5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제품 생산을 책임지는 최 공장장의 경우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앞으로 바이오캔들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한 뒤, 각각의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권을 갖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스스로를 불태워, 효율성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틀을 깨려는 노력의 하나다.

바이오캔들 직원들은 매일 아침 기도로 작업을 시작한다. 직원들의 기도지향은 자신을 위한 청원이 아니라, 바이오캔들 초를 켜고 기도하는 신자들의 지향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맑고 깨끗한 친환경 초로 세상을 밝혔으면 합니다. 또한 저희는 어둡고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지속적으로 비춰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바이오캔들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전한 새해 다짐이다.

최용택 기자(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