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톨 릭 이 야 기

<가톨릭이란?> 22. 새로운 삶의 기준들

dariaofs 2013. 4. 4. 21:14

 

 

 

 

    사람이 혼자서 산다면 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았던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법이 필요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법은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때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 사회는 법 없이는 질서를 이룰 수 없고, 질서가 없는 인간 사회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법은 완전하지 않아 때때로 인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정한 법은 우리의 공동체 생활에 꼭 필요합니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예수께 와서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왜 너는 나에게 와서 선한 일에 대하여 묻느냐? 참으로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 하고 대답하셨다. 그 젊은이가 “어느 계명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는 “‘살인하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거짓 증언하지 마라. 부모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는 계명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묻자 예수께서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 오너라.” 하셨다(마태 19,16-21).

 

    그리스도인의 행동 기준인 하느님의 법
    우리는 세례성사로 다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새롭게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의 그릇된 가치관을 버리고,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하여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 필요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제정해 주신 하느님의 법을 지켜야 합니다.

 

    자연법과 양심
    하느님의 법은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의 이성으로 자연스럽게 알아 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여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해야만 할 일 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하는 하느님의 법은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자연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부터 인간에게 부여해 주신 양심을 통하여 자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구약의 법(율법)과 십계명
    하느님의 법은 자연법으로서만이 아니라 문자로 쓰여진 성서 말씀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성서의 계시 말씀에 따른 삶의 규범들, 직접적인 윤리적 가르침 등이 그것입니다. 구약 시대에 하느님의 백성을 하느님께 인도한 삶의 기준은 율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십계명은 가장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종교적, 윤리적 삶의 규범이었습니다(출애 20,1-21 참조).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이 계속해서 하느님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삶의 지표였습니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인간에게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주는 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실천하기 쉽게 간단 명료한 행동 규범을 십계명에 담으셨습니다.


다음의 십계명 가운데에서 처음 세 가지 계명은 하느님께 대한 도리를 말하고, 그 다음 일곱 가지 계명은 인간에 대한 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일.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삼.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사.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오. 사람을 죽이지 마라.
육. 간음하지 마라.
칠. 도둑질을 하지 마라.
팔.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구.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십.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첫째 계명은 하느님만을 믿고, 하느님께 바라고, 모든 것보다 하느님을 사랑할 것을 요구합니다. 온갖 종류의 미신 행위, 불경죄, 무신론은 바로 이 첫째 계명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둘째 계명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존경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당하게 부르며 맹세하는 것은 둘째 계명을 어기는 죄가 됩니다.


    셋째 계명은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주일(주님의 날)을 거룩하게 지낼 것을 명합니다. 신자들은 주일에 미사에 참여하고 정신과 육체의 적당한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나 활동을 삼가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주일은 자선 사업과, 불우한 이웃에게 봉사하는 데 바쳐져 왔습니다.


    넷째 계명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낳아 길러 주시는 부모와 웃어른과 정당한 권위를 가진 사람을 공경하라고 명하십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하며 올바른 존경과 감사와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다섯째 계명은 모든 사람의 생명은 임신[受精]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고귀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낙태, 안락사, 자살 행위도 이 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여섯째 계명은 자신의 성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과 성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결한 생활을 하여야 한다고 명합니다. 자위, 혼전 성행위, 춘화의 제작과 배포, 동성애 등은 이 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일곱째 계명은 이웃의 재산을 빼앗거나 이웃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것을 금합니다. 그리고 재물과 노동의 결실을 관리하는 데에 정의와 사랑의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덟째 계명은 진실을 거스르는 죄를 짓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올바르고 거룩한 생활을 하는 새사람들이기에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거짓 증언을 하지 않습니다.


    아홉째 계명은 육체의 탐욕을 경계하라고 명합니다. 육체의 탐욕을 이기려면 마음을 정화하고 절제를 실천하여야 합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지켜야 우리는 하느님을 뵙게 됩니다.


    열째 계명은 사람의 참된 열망은 이 세상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재산과 그 힘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하는 무절제한 물욕에서 벗어날 것을 명합니다.

 

    신약의 법 = 그리스도의 법(새 법)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지켜야 할 새 법을 마련하셨습니다. 이 새 법의 정신은 예수님의 산상 설교에 나오는 여덟 가지 ‘참 행복’(마태 5,3-12 참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든 인간적인 가치를 전도시키는 이 규범은, 삶의 참된 기준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며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참 행복을 얻는 삶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계명을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다.”(마태 5,19) 하시며 구약의 율법을 폐기하시지 않고 오히려 완성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계명을 비롯한 구약의 모든 율법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계명으로 묶어 완성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계명 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마태 22,37-40).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을 지극히 사랑하시면서 인간 구원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신 당신의 삶으로써 가르쳐 주셨습니다(요한 13,34 참조).


    이 모든 것을 볼 때 세례를 받아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할 새로운 삶의 기준은 문자로 쓰여진 법이라기보다 사랑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법 곧 새 법이란 그리스도 자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그리스도의 법 = 성령의 법
    그리스도의 법은 무엇을 지키라는 의무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과 은총도 줍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께서 우리 안에 머물러 계시며 우리가 죄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삶을 살도록 우리를 타이르시고 고무하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법은 곧 성령의 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리 안에서 작용하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성령의 인도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실정법과 교회법
    하느님의 법을 기초로 하여 제정된 국가법과 국제법 또한 그리스도인이 양심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 기준입니다. 우리 내부에 간직한 하느님의 소리인 양심과 우리 안에서 작용하시는 성령의 권고에 따라,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문제들에 하느님의 법을 적용하고 생활화함으로써 하느님께 대한 참된 신앙을 증언하여야 합니다. 또한 천주교 신자들은 교회가 정한 교회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회법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일반 규범과 성사 생활에 관한 규율, 교회의 운영에 관한 규율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삶의 기준을 주셨는데, 그것은 자연법, 성서의 규범들, 정당한 실정법, 교회법 등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삶을 인도하는 법은 결국 그리스도의 법(새 법), 곧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그리스도의 법은 곧 그분의 영이신 성령의 법입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께서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기준으로 삼아 하느님의 자녀로, 그리스도의 형제로 살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의 법과 성서의 가르침, 그리고 교회에서 정한 법을 잘 지키고 따르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