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천주교 사제의 복장, 평상복과 전례복

dariaofs 2013. 4. 6. 07:30

 

예수님의 애덕과 사제직의 순결·성덕 상징
수단, 온몸 가려 ‘자신 봉헌·속세에서 죽음’ 표시
제의, 그리스도의 멍에 상징하는 사랑·순결의 옷

 

가끔 본당에서 미사 후에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성당 주변을 수단을 입고 산책을 한다. 그럴 때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비신자들이 볼 때는 매우 인상적이고 때로는 신비롭게도 보일 것이다. 장난기가 많은 복사들은 ‘신부님 치마 안에 무엇을 입었어요?’하면서 수단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을 드러낸다.

치마 입은 남자라고도 불리는 가톨릭 사제들의 평상복인 ‘수단(soutane)’은 프랑스어로 ‘밑에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뜻하며 라틴어 ‘탈라리스(talaris, 발목까지 내려오는 옷)’에서 유래한다. 이는 수단이 구약시대 사제가 경신례를 행할 때 특별한 복장을 했던 것에서 유래하며, 온몸을 가려 하느님과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 속세에서 죽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단의 색깔은 기본적으로 검은색이다.

로마제국의 박해시기였던 3세기까지만 해도 성직자들에게 고정된 복장은 없었지만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에 따라 그리스도교가 믿을 종교로 인정받으면서부터 성직자 복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성 아타나시오는 성직자 자신의 성직 수행을 위해 특수한 복장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6세기에 로마인들의 복장을 따라 팔리움(Pallium)이라고 하는 간단한 두루마기 식의 외투를 입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중에 긴 성직자 복장으로 변화해 마침내 수단이 됐다. 이런 종류의 옷은 로마의 법관이나 의사도 입었는데, 아무래도 성직자도 영혼의 의사이며 사죄권을 가진 법관이라는 점에서 입지 않았을까하고 추정된다. 수단은 성직자의 지위에 따라 그 색깔이 다른데, 사제는 검정색이나 흰색, 주교는 진홍색, 추기경은 적색, 교황은 항상 흰색 수단을 입는다. 이 복장은 트리엔트공의회(1546~1563년)에서 규정됐다.

멀리 외출을 할 경우에는 수단을 입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로만칼라를 한 셔츠인 클러지 셔츠를 하고 검은 양복을 입는다. 즉 수단이 성직자의 정식 복장이라면 클러지 셔츠에 검은 양복은 약식 복장이라 하겠다.

간혹 수단에 있는 단추 숫자를 묻는 분들이 있다. 단추 숫자가 규정돼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다. 그러나 단추 숫자에 대한 규정은 없기에 만드는 분들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미사를 하기 위해서 사제는 평상복인 수단이나 클러지 셔츠 위에 거룩한 옷을 입는다. 5가지의 전례복을 입으면서 각각의 의미를 드러내는 기도를 바친다. 최근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는 이 기도문의 통일안을 마련하여 2011년 추계 주교회의에서 승인을 받았다. 비오 5세의 1570년 미사경본에 있는 기도문이다.

첫째로 개두포(蓋頭布, amictus)는 가장 먼저 착용하는 아마포로 된 장방형의 흰 천으로 어깨에 걸치는 것이다. 장백의가 수단의 목 부분을 가리지 못하면 이 개두포를 두른다(미사경본 총지침 336항). 고대 로마인의 목도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구원의 투구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주님, 제 머리에 구원의 투구를 씌우시어 마귀의 공격을 막아 내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둘째로 장백의(長白衣, alba)는 발끝까지 내려오는 백색의 옷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과 로마 사람들이 평상복으로 입었던 옷에서 유래했다. 장백의는 사제가 미사 때 지녀야 할 육신과 영혼의 결백 그리고 마음의 순결을 상징한다. 그래서 “주님, 저를 깨끗이 씻으소서. 제 마음을 어린양의 피로 깨끗이 씻으시어 저에게 영원한 기쁨을 주소서”라고 기도한다.

셋째, 띠(cinctura)는 장백의를 입을 때 장백의가 끌리거나 벌어지지 않게 허리에 맨다. 길이는 3~4미터 정도이고 양쪽 끝에 술이나 고리가 달려 있는 데, 띠의 색은 보통 흰색이지만 전례시기 색에 맞추기도 한다. 띠는 일, 싸움 등에서 나타나는 결의와 악마와의 투쟁, 참고 견디는 극기의 상징이며 금욕생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제는 띠를 매면서 “주님, 저를 순결의 띠로 묶어 주소서. 제 허리에서 비천한 욕정을 없애시어 제 안에 절제와 정결의 덕을 쌓게 하소서”라고 한다.

넷째로 영대(領帶, stola)는 고대 동방에서 사용하던 술이 달린 화려한 목도리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4세기에 처음으로 부제들이 명예를 표시하는 휘장으로 사용하였고 주교, 사제, 부제들이 목에 걸고 미사를 봉헌했다. 영대는 성직자에게 부여된 직책과 의무, 그리고 성덕의 상징이다. 그래서 사제는 영대를 착용하면서 “주님, 주님께 봉사하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원조의 타락으로 잃어버린 불사불멸의 영대를 제게 도로 주시어 주님의 영원한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제의(祭衣, casula)는 미사를 집전하는 성직자가 장백의 위에 입는 반추원형의 옷으로 로마 사람들의 옷인 패눌라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제의는 예수의 멍에를 상징하고 애덕을 표시하는 데, 처음에는 제의를 ‘사랑의 옷’이라 했고, 9세기의 ‘온유하고 가벼운 그리스도의 멍에’라고 했으며, 12세기에는 ‘순결의 옷’이라고 불렀다. 주례자는 “주님, 주님께서는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하셨으니 제가 주님의 은총을 입어 이 짐을 잘 지고 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면서 그 의미들을 새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개두포와 띠 없이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장백의에 영대를 걸치고 미사를 주례하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미사경본 총 지침에서 “다른 규정이 없는 한 미사나 미사와 직접 연결된 다른 거룩한 행위 때 주례 사제가 입어야 할 고유한 옷은 제의다”(337항)라고 말하고 있다. 주례자는 전례를 거행하기 전에 거룩한 옷을 하나씩 입으면서 기도로써 준비한다.


윤종식·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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