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에서는 소위 '예루살렘 공의회'라 불리는 사도와 원로들의 회의를 다룹니다. 유다 전통 안에서 살아오지 않은 이방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게 될 때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었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사도 15,10)
베드로의 이 말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고수해 온 율법, 제도에 대해 아주 솔직한 심정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새계약의 수혜자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진실을 용기있게 말한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율법 조항들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솔직히, 제대로 다 지켜내기는 어렵지 않았느냐?"는 속내를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도들은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울을 주지 말자."(사도 15,19)는 야고보 사도의 판단을 따를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만난 하느님은 점점 더 어렵고 엄격한 조항으로 당신 백성을 옭아매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 백성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사랑과 자비의 신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내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모든 민족들도 주님을 찾게 되리라."(사도 15,17)는 아모스서를 인용하여, 이민족의 세례가 이미 예언자의 입을 통해 선포된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밝힙니다.
한 걸음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자칫 범할 수 있는 오류는 "나도 힘들게 겪었으니 너도..." 식의 적용이지요.
그런데 사도들은 이를 "내가 힘들게 겪었으니 너만은..." 으로 성숙하게 뒤집습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마음을 정화"(사도 15,9)했다는 걸 압니다.
혈통이나 율법 조항의 준수로 깨끗하게 되지 않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자라는 것을 믿음으로써 깨끗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몰랐던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저 당신 사랑에 들어와 그냥 머물러 있으라고 하십니다 율법을 준수하고 일정한 자격을 획득하라고 하지 않으시고, 당신 사랑 안에 사랑하면서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해 지켜야 할 계명이 곧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기쁨을 우리 안에 주시려고, 또 당신 기쁨이 우리 기쁨이 되게 하시려고 이 모든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이 말을 너희에게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
이렇게 모든 주님의 말씀은 위로나 격려뿐만 아니라 탄식과 질책까지도 "기쁨"을 향합니다. 이 기쁨 또한 평화와 마찬가지로 세상이 주는 기쁨이 아닌, "내 기쁨" 곧 예수님의 기쁨입니다. 성령이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 깃든 기쁨을 관상합시다. 사도들은 성령의 영감과 도움으로 율법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었고, 동시에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사상의 우월감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사도들은 물론 미래에 한 가족이 될 모든 다른 민족에게까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겠지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본질은 명료합니다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웃의 짐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혈통과 율법 준수로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그들(우리)에게도 성령을 주시어 인정"(사도 15,8)받았기에 이제는 그 짐에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의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고 있으니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따름입니다. 오늘 남의 짐을 덜어주는 사랑 때문에 기뻐하는 복된 날 꾸미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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