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마태 22,36)
예수님께서 당신을 시험하려는 바리사이 율법 학자의 질문을 받으십니다. 무수한 조항들로 이루어진 율법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는, 근간이 되는 조항을 제시해 달라는(제시해 보라는) 요구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
예수님께서 첫째가는 계명으로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하십니다. 모든 계명은 하느님과 맺은 관계에서 파생된 것이기에 하느님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계명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더 사랑하고 더 잘 섬길지 안내하는 길잡이입니다.
"마음, 목숨, 정신"은 영육의 생명을 떠받치는 인간 존재의 정수입니다. 곧 온 존재를 다해 하느님을 섬기라는 초대입니다. 하느님 백성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의무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별개의 내용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우리는 그 사랑으로 사랑을 합니다. 우리가 하는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흘러나옵니다. 그 사랑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겁니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40)
"달려 있다"는 표현이 매우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스라엘 역사와 종교와 문화의 뿌리인 율법과 예언서가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고 하시는 예수님의 답변은 과연 핵심 체크입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모상인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는 진정한 하느님 백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다윗 가문의 역사를 잇는 이방 여인 룻이 등장합니다.
나오미가 과부가 된 며느리 룻에게 제 동족 모압에게로 돌아가라고 하자 오히려 "룻은 시어머니에게 바싹 달라붙"(룻 1,14)습니다.
민족도 연배도 다른 두 여인 사이에 연대가 형성됩니다. 한때 제 식구였던 며느리가 여인으로서 새 삶을 찾아 행복하길 기원하는 시어머니와, 노년의 여인을 염려하는 젊은 룻의 충실함이 엮어낸 연대입니다. 서로에 대한 연민과 배려는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룻 1,16)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의 허브라 할 수 있는 한 남성이 죽고 없어진 자리에 이제 하느님이 견고한 중심축으로 자리하시게 됩니다. 그들의 연대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하느님은 민족과 국가, 계급과 빈부, 연령과 성별의 장벽을 무너뜨리십니다. 인종도 직업도 출신도 전혀 다른 이들이 한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공통 분모로 하나가 됩니다.
아무 조건 없이 서로 돕고 때론 울타리가, 때론 디딤돌이 되어 줍니다. 이렇듯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납니다.
"주님은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네."(화답송)
억눌린 이, 굶주린 이, 잡힌 이, 눈먼 이, 꺾인 이, 의인, 이방인, 고아, 과부에게 하느님은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영원히 돌보시고 버팀목이 되어 주십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노년의 과부와 이방인 과부, 약하디 약한 두 여인은 이제 하느님의 그늘에서 살아갈 것이고, 서로에게 하느님 닮은 신의를 지키는 존재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역사는 그들을 거쳐 이어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온 존재를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기본이고 중심이며 절정입니다.
이 사랑을 가장 가난한 순간에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랑이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는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랑 때문에 사랑을 그리워하는 참 사랑의 날 되시길 축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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