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교 전통에서 시작된 말씀 공경
수도자들의 중요한 수행 가운데 하나였던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어떠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다가 현대에 다시 재발견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경을 경건하게 읽는 전통은 초기 그리스도교 이전에 이미 유다교 전통 안에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매우 중요하였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모세의 율법서 안에 그분께서 살아 계시며 실제로 현존하신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공적인 전례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주 읽고 온 마음으로 경청하였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율법에서 천상 양식을 얻어 생활하였으며, 그 율법은 그들을 양육하고 보호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주 회당에 모여 랍비의 성경 말씀에 대한 독서와 해설을 귀 기울여 경청하였다.
특별히 렉시오 디비나의 근본 요소인 성경에 대한 독서와 묵상 그리고 기도는 유다인들을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로 인도하였다. 그들은 언제나 성경 말씀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존경으로 성경 말씀을 성구갑에 넣고 그것을 머리에 매고 다니거나 아니면 옷단에 말씀을 넣어 다니기도 하였다.
또한, 회당이나 모임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이 장엄하게 선포되었으며 동시에 모든 이들은 온갖 정성을 다해서 그 말씀에 귀 기울였다. 이렇게 유다인들은 언제나 성경 말씀에 대한 독서와 묵상을 본질적인 차원으로 이해하였다.
초대 교회와 렉시오 디비나
하느님 말씀에 대한 독서와 묵상 그리고 기도로 이루어진 유다교의 전통적인 방법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주었다.
제자들은 부활 사건과 성령 강림 후에 새롭고 놀라운 체험을 통해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기원은 예수님의 기쁜 소식에 대한 사도들의 새로운 체험에 근거한다.
초대 교회의 전례에서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이 특별히 강조되었다. 전례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성경이 읽혔으며, 그다음 영적인 주석을 통해 그 말씀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사실 초기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철저히 그리스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말씀 자체인 성경과 그 말씀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그래서 말씀을 설명하는 강론은 주교의 특별한 권한이었으며, 결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의 문헌들을 보면, 실제로 렉시오 디비나는 거룩한 책(sacra pagina)인 성경과 동등한 의미를 가졌다.
성경에 대한 접근으로서 렉시오 디비나는 하느님의 말씀에 온 주의를 집중하여 읽고, 맛 들이며, 기도하고 실천하는 삶의 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도를 좀 더 충실히 따르고자 했던 금욕주의자들이나 동정녀들은 엄격한 금욕생활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성경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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