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 (2) 팬데믹 시대의 미사와 전례 형태

dariaofs 2021. 2. 1. 00:18

차분해진 전례… 하느님 말씀에 집중하자

성당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해서 전례나 기도 불가능하지 않아
가족과 함께하는 공소예절 장려
방역수칙 따라 전례 더 정적으로 자기 대답에 집중했던 모습 벗어나 순수하게 ‘듣는’ 참례 자세 익혀야

 

팬데믹 시대 하느님과 악마의 대화 만평.

 

지난해 성탄 전야 저녁부터 전국이 미사를 봉헌하지 않았다. 성탄의 희망과 기쁨도, 새해에 대한 소망도 기원하고 다짐하는 시간도 함께 갖지 못했다. 이제 새로이 방역 지침이 완화됐지만, 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세밀하게 새 지침들이 주어졌다.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다. 적어도 올 한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시작되어 - 이번 3차 대유행도 마찬가지이지만 - 모임이 금지되고 모든 성당이 문을 닫았을 때 서양에서 나온 만평이 있다.

“악마가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성당이 문을 닫았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여유롭게 대답하셨다. ‘나는 각 가정을 성당으로 만들었다.’”

이 만평은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질병이 인류에게 재앙처럼 다가오고 성당에 갈 수 없어 신앙이 멀어지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이 아니면 가정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모습에 힘써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 성당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해서 아무런 전례나 기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할 수 없다면,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미사 생중계나 녹화 미사라도 시청할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하는 공소예절’을 하는 것도 좋다. 더욱 능동적인 전례가 될 수 있다. 가장이 주례를 하고 강복도 줄 수 있다. 사제만 강복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단체의 축복은 가장이나 단체장도 줄 수 있다.

※공소예절 순서 : 시작,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 본기도 / 1·2독서, 복음, 강론, 신앙고백, 보편지향기도 / 찬미기도, 성찬 전례와 일치(기도), 주님의 기도 / 마침 예식 순(네이버 밴드 ‘전례생활연구회(대구)’ 참조)


■ 축소되는 공동체 예식은 장엄함에서 소박함으로

우리는 장엄하고 화려한 전례를 좋아한다. 큰 공동체의 전례일수록 신앙의 증거가 더 강해 감동적이고 전례적 동화를 더 크게 체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형태의 전례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우선 신자석 거리두기부터 시작해 전례 동작과 동선을 많이 고려해야 하는 전례로 바뀌게 됐다. 참례자의 숫자는 수용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을 수밖에 없다. 본당의 시설 크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역 수칙에 따라 일반적인 준비사항은 지난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실천해 오던 것이다. 모든 이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자석에 ‘거리두기’를 위해 표시된 지정 자리만 앉는다. 주간에 있는 여러 미사를 고려해 정기적으로 성당 내 여러 시설물(독서대, 해설대, 마이크 등)을 소독하고 장의자를 청소(소독약으로 걸레질)한다. 실내 공기 순환과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며, 냉난방기를 사용할 때에도 창문을 조금 열고 출입구 문도 열어둔다. 신자들은 노래를 하지 않고, 말하는 것은 가능한 최소화하며, 성당 규모에 따라 말하기를 더 줄이기도 한다. 교우들 간에 이동할 때 부대끼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한다.

노래 부분에 있어서는 반주와 함께 선창자 1명(솔로)만 노래하거나, 반주자가 혼자 간단히 연주하거나, 해설자가 읽는다.(마침성가도 해설자가 읽을 수 있다) 봉헌 행렬을 없애고 성당 입구에 헌금바구니를 마련할 수도 있다. 보편 지향 기도 같은 경우도 해설자 혼자 다 할 수 있다. 사제는 영성체를 위해 성체를 쪼개기 전에 손을 한 번 더 씻고 성체분배를 준비한다. 영성체 하기 전에 성합을 든 채로 사제가 ‘그리스도의 몸’하면, 교우들은 다 함께 ‘아멘’이라 응답하고, 성체를 받는 동안 각자 침묵으로 성체를 모신다. 그리고 미사를 마치면 교우들은 조용히 묵상하거나 거리두기를 하면서 성당을 나선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새로운 형태의 미사 전례는 ‘역동적인 전례’에서 ‘정적인 전례’로 바뀐 모습이다.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는 미사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예전 전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말을 많이 늘어놓은 것 같다. 전례는 공동체의 기도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먼저 듣고 화답하는 절차다. 그러기에 정적인 전례는 듣기를 소홀히 하고 자신의 대답에 집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순수하게 듣는 모습을 되찾게 해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각 공동체는 차분해진 미사 전례에서도 하느님 말씀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미사 참례 자세를 가르치고 몸에 익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또한 ‘가족 공소예절’을 위해 교우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안내를 하고 공소예절을 위한 예식자료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나기정 신부 (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