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주덕 : 믿음, 희망, 사랑.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신학 서적을 번역하던 후배가 물어왔습니다. 향주덕이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인지를 말입니다. 여러분은 향주덕(向主德) 혹은 향주삼덕(向主三德)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삼덕"이란 말이 들어가니 뭔가 세 개임을 직감하실 수 있습니다. 성당에서 교리를 가르치거나 기본적으로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면서 신학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향주덕이 무엇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인들에게 보내는 첫째 편지에 쓴 내용과 관련 있다고 힌트를 드리면 도움이 될까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13장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믿음, 희망(소망), 사랑에 관한 바오로의 언급이 나옵니다. 향주덕은 바로 믿음, 희망, 사랑을 가리킵니다.
라틴어로는 비루뚜스 떼올로지까 virtus theologica(영어로는 theological virtue)라는 단어를 쓰나 봅니다. 직역하여 '신학적인 덕'이라고 번역하면 무지하게 어색하고 와닿지 않는 기분입니다. 대신 한자의 의미를 살려서 향주덕, 향주삼덕이란 말을 들여다보면, "주님을 향한 덕"이란 뜻이 살아납니다. 향주덕의 다른 말로 대신덕(對神德)이 있는데 뜻은 비슷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덕"입니다. 이 덕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주님이나 하느님과 연결된 덕이란 의미는 쉬이 보입니다.
좀 더 쉽게 풀이해서 쓸 만한 단어가 있을까? 궁리하지만 딱히 잡히는 게 없습니다. 대신 virtus theologica라는 말을 '향주덕'으로 잘 번역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대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믿음, 희망, 사랑이 하느님을 그 대상으로 둔 덕목이라고 봤습니다. 이 세 덕을 통해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며, 하느님만이 이 세 가지 덕을 인간의 영혼에 채워 주신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신학적인 덕'이나 '신학 덕'이라고 막연히 번역하는 것보다 향주덕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해설과 부합되며 훨씬 직관적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향주덕과 종종 혼동되는 복음삼덕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이 용어에도 "삼덕"이 들어가니 세 가지 덕목이나 가치를 가리킵니다. 수도 생활을 하는 이들은 복음삼덕을 토대로 서원을 발합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죠? 그렇습니다. 청빈(poverty), 정결(chastity), 순명(obedience)입니다.
복음삼덕이라고 해석되는 이 용어에는 본래 "덕"(virtus)이란 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편의상 복음삼덕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 본래의 용어는 "복음적 권고"(consilia evangelica)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삶과 말씀을 통해 권고하신 내용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복음적 권고보다 복음삼덕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권고"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 의미가 더 잘 살아날 텐데, 복음삼덕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귀에 더 잘 들어 와서였을 것이려니.... 하는 것이 저 나름의 해석입니다.
아무튼 후배 덕에 신학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사용하는 일이 가벼운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됩니다. 독자분들도 함께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우리의 신학 수준도 나날이 높아질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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