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혼인·장례… 중요 전례 행사는 시도하자
가톨릭은 방역지침 성실히 준수
일부 종교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불합리한 규정 있지만 극복해야
본질 지키면서 예식 조정하면 돼
수원교구 용인 보라동본당에서 첫영성체를 받는 아이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일상의 매일 미사 외에도 중요 전례 행사는 방역 준수와 함께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수원교구 용인 보라동본당 제공
■ 팬데믹 상황의 지속
감염병의 유행은 여러 차례 반복, 지속되고 있다. 끈질기게 이어진다. 백신과 치료제가 신속하게 1년 만에 나왔지만, 온전한 효과를 보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3차 유행에서 4차 유행으로, 연속으로 이어져 나타날 것이라 말한다. 과거 초창기처럼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적게는 200명 내외에서 많게는 500~600명 내외로 등락을 거듭하며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번 감염병은 유례없이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 가두어 놓는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전례와 교회 생활도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맞추어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팬데믹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방역지침’이 우리 삶 모든 것의 ‘거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종교 자유를 주장하는 일부 열성적인 교회에서 생겨난 집단 감염의 사례들이 –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지 않은 이유들로 인해 - 오히려 종교적 활동을 제약하는 ‘방역지침’을 만들어버리게 됐다. 방역을 잘 준수하고 지켜온 신앙 공동체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사회적 활동이 잦은 사람들은 신앙 공동체 모임에 오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많았고, 공동체는 나름대로 방역에 많은 정성을 기울여 수고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가톨릭교회에 적용된 방역지침의 불합리성
하지만 1년이 지난 요즈음, ‘방역지침’에 제시된 종교단체에 대한 규정이 불합리하게 만들어지게 됐다. 여러 교회에서 일어난 집단감염과 지역사회에 끼친 악영향으로 인해 ‘종교단체’라는 이름으로 ‘방역지침’을 일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개신교뿐 아니라 성실한(방역지침을 잘 준수한) 가톨릭, 불교, 기타 여러 종교단체들도 신앙 공동체의 활동에 불편함을 느끼며 많이 위축돼 있다.
지난 1년 동안 가톨릭교회 공동체는 집단감염(모임에서 5~10명 이상 발병하는 경우)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 신자들 중에 일부 감염자가 있었지만, 공동체 내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침 단계에 따라 전례 집회(미사 등)와 여러 모임을 중지하거나, 미사만 거행하거나, 방역을 위한 소독과 관리를 잘 실천했었다. 그동안 우리 교회의 실천적 성실성이라는 결과에 비추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종교단체’라는 규정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정이 불합리한 경우들도 있다. 성당 구내에서 모임은 안 되지만, 성당을 벗어나면 아무런 제약 사항이 없다. 식당에서 4인 이하 식사는 가능하지만, 성당에서 4인 이하 소모임은 자체로 불가능하다. 미사는 가능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진행하는 합동주회는 불가능하다. 종교단체라는 일괄 규정, 그리고 겨우 미사만 허용한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규정으로 인해 여타 작은 공동체 모임과 신앙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우리는 극복할 필요가 있다.
■ 전례 활동의 외연을 확대해야
혼인미사와 장례미사, 세례식과 견진성사 등 일상의 매일 미사 외에도 중요 전례 행사는 방역 준수와 함께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개학하고 등교하는데, 주일학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첫영성체교리와 성인교리 등의 모임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활 판공 시기이다. 그동안 병자 영성체를 못했다면, 일 년에 두 차례 정도는 병자를 방문해 판공성사와 병자 영성체를 갖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방역과 소독을 잘 실시하여 개별 고해를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공동체의 모습은 구성원들이 서로 공감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소모임을 할 수 없다면, 소규모 인원이 성지를 방문하거나, 조용하게 피정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얼마 전 사도좌에서 작년에 내렸던 ‘성지주일 행렬’을 포함한 성주간과 성삼일 지침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공지했다. 규모있는 모임이 불가능하므로, 행렬을 하는 성대한 입당식(1양식)을 대신해, 본당은 성지 가지 축복도 없는 간단한 입당식(3양식)을 하고, 예외적으로 주교좌 성당만 성대한 입당식(2양식)을 허용하는 조치다. 하지만 이 지침은 유럽교회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교회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의 방역지침에 따라 모든 공동체가 2양식을 거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씻김 예식’ 생략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거행이 가능할 것이다. 십자가 경배는 친구(親口)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K-방역’이 세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듯이, 우리 ‘K-가톨릭’의 탁월한 점들도 잘 적용해 전례적 활동과 사목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교회의 전례적 활동들은 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미사만’ 봉헌하는 전례 거행에서 벗어나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 물론 여러 여건을 고려해 전례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전례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예식을 간소화하거나 변경 또는 생략해 거행하는 등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나기정 신부 (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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