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옛 계약이 새 계약으로 완성됨을 이야기하십니다.
"이 모든 율법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 있느냐?"(신명 4,8)
제1독서에서는 율법을 지키도록 이스라엘 백성을 독려하는 모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율법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이고 자랑이며 자부심이지요.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이 선택하신 백성이라는 선민사상에 더하여, 그 하느님의 정신이 깃든 경전을 소유한 민족이라는 우월감이 생생히 드러납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자기 민족에게 그토록 중요하고 소중한 율법이 예수님의 행보 안에서 경시되고 훼손된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 율법의 근본정신을 몸소 살고 계심에도, 율법의 문자에 집착한 그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또 질투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와 왜곡이지요.
모든 율법과 예언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인류를 위해 이루실 희생 제사는 사랑의 극치이고 완성이지요.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랑에 더하여 당신을 박해하고 죽이는 이들을 위해서까지 목숨을 바치는 사랑으로 율법을 완성하신 것이니까요.
그들의 경계심을 모르시지 않는 예수님께서 이제는 율법이 완성의 시기에 이르렀음을 암시하십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마태 5,18)
얼핏 그들을 안심시키는 말씀으로 들리지만, 좀 더 머물러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립니다.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당연히 율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 뒤에는 더 이상 율법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올 것이라는 의미기도 하니까요.
"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 그때에는 더 이상 아무도 자기 이웃에게 '주님을 알아라.' 하고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모두 나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예레 31,31-34)
예레미야 예언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를 새 계약의 때로 묘사합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주님을 알고 사랑하며 섬기는 그때에는 주님의 뜻과 가르침이 모든 존재와 삶 안에서 구현되어 누가 누구를 가르치거나 고발할 일이 없을 겁니다. 그때는 더 이상 문자에 집착하거나 율법서를 뒤적일 필요가 없는 때입니다. 그때에는 주님께서 인간의 가슴과 마음에 당신의 법을 새겨 주실 것이고, 인간은 자신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순히 살아갈 테니까요.
하지만 그전까지는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과 예수님께서 친히 보여 주신 계명의 완성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피로 이루신 새 계약의 백성으로서, 예수님처럼 율법의 문자주의를 뛰어넘는 사랑의 실천가로 초대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에게 허락된 오늘 하루 동안, 가정과 일터와 오가는 길에서 계명을 완성하고 사랑을 실천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서 명하시는 사랑을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복되다고 하시니, 큰 은총을 받은 사람답게 사랑을 완성하는 사순 시기가 되시길 빕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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