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원을 알아보는 안목에 대해 들려 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카 4,24)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 회당에 가셔서 가르치실 때 그분의 출신을 잘 아는 고향 사람들이 못마땅해하자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근본이 모호한 목수 출신 예수님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어설픈 앎이 편견이 되어 오히려 구원을 방해하는 형국이지요.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루카 4,26)
"시리아 사람 나아만"(루카 4,27)
예수님은 믿음이 없는 나자렛 사람들에게 믿음과 순종으로 구원 받은 구약의 두 인물을 예로 들어 주십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아듣고 돌아서기보다 불에 기름을 붇듯 분노해 들고 일어나지요.
사렙타의 과부는 오랜 기근 때문에 마지막 남은 양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죽으려다가, 엘리야 예언자가 명한 대로 음식을 만들어 먼저 그에게 대접한 이방 여인입니다. 그 덕에 그녀의 단지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되었고 병에는 기름이 마르지 않게 되었지요.(1열왕 17,8-16 참조) 그리고 시리아의 나아만의 순종에 대해서는 오늘 제1독서의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주인 어르신께서 사마리아에 계시는 예언자를 만나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분이라면 주인님의 나병을 고쳐 주실 텐데요."(2열왕 5,3)
"아버님, 만일 이 예언자가 어려운 일을 시켰다면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런데 아버님께 몸을 씻기만 하면 깨끗이 낫는다고 하지 않습니까?"(2열왕 5,13)
시리아 임금의 총애를 받는 장수 나아만은 먼저 어린 히브리 노예 소녀의 조언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예언자에게 기대한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해 분개할 때에도 부하들의 권유에 귀를 기울이지요.
고통스런 육신에 온전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날 때까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자신을 향한 구원의 소식이 누구를 통해서 오든, 설령 가장 힘 없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통해서일지라도 귀를 기울이는 나아만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지요.
"하느님의 사람이 일러 준 대로"(2열왕 5,14)
결국 나아만은 엘리사의 명에 순종하여 구원을 얻습니다. 전쟁 포로인 히브리 노예 소녀의 진언에서 시작된 구원의 길이 나아만의 순종으로 열매를 맺고,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라는 이방인의 놀라운 고백으로 마무리됩니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 가서 뵈오리까?"(화답송)
시편 저자는 하느님의 얼굴을 그리워하며 뵈올 날을 고대하는 영혼의 갈망을 노래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는 하느님의 얼굴은 이 지상의 순례길에서 직접 뵈올 수는 없지요. 그것은 천상 본향에서 우리를 위해 마련된 복락이니 잠시 참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순례 여정 안에 있는 우리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시고 구원으로 이끄시려 종종 우리 편에서 얼토당토않게 여길만한 이들의 얼굴을 빌리십니다. 가난하고 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세상이 부여한 신분도 위상도 없는 이, 배경을 뻔히 알아 신뢰할 수 없는 이들처럼 겸손으로 유연하게 열린 마음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알아챌 수 없는 이들의 얼굴로, 그들의 목소리로 다가오시지요.
사렙타의 과부나 시리아의 나아만처럼 순히 듣고 따름으로 구원을 얻을 수도 있고, 나자렛 주민들처럼 은총을 걷어찬 것도 모자라 은총의 주님을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 믿고 순종하는 겸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께서 누구를 통해 당신 얼굴을 보여 주시고 사랑의 목소리를 들려 주시는지 깨어 귀기울이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선입견과 편견을 내려놓으면 의외의 인물이 다가와도 놀랄 일이 없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려 다가오시는 주님을 경청하고 환대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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