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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의 해에 만난 요셉 성인

dariaofs 2021. 3. 19. 00:22

성 요셉, 순명과 믿음의 삶 실천한 ‘성가정의 보호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편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선포 150주년을 기념해 2020년 12월 8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 ‘성 요셉의 해’로 선포했다. 그림은 보편 교회의 수호자 요셉 성인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편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선포 150주년을 기념해 교황 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를 반포했다. 아울러 교황은 교서를 반포하면서 2020년 12월 8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 1년을 요셉 성인을 기리는 ‘성 요셉의 해’로 선포했다.

교황청 내사원은 성 요셉의 해 동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3월 19일)과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5월 1일) 등 요셉 성인을 기억하는 날에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는 모든 이에게 전대사의 은총을 수여한다고 공포했다. ‘성 요셉의 해’에 맞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신 성 요셉 대축일을 기념해 요셉 성인에 대해 알아본다.

복음서가 말하는 요셉 성인

요셉 성인의 행적은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 1─2장에만 나온다. 요셉 성인은 성령으로 인해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임으로써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동참해 구세주의 보호자가 된다. 복음서는 요셉 성인을 ‘의로운 사람’(마태 1,19),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경건한 사람’(마태 1,20─2,15 참조), 또 ‘신심 깊은 사람’(루카 2,22-24 참조)이라고 증언한다.

요셉 성인은 의로운 사람이다. 그는 마리아의 임신 소식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남몰래 파혼하기로 작정할 만큼 신중하고 과묵한 사람이다. 그는 또 겸손한 하느님의 종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 1,20) 하는 천사의 말을 들은 후 의심을 풀고 마리아와 혼인하고 예수님의 아버지가 된다.

요셉 성인은 정결한 남편이다. 요셉은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아내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마태 1,23-25) 이로써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구세주의 강생 신비에 동참한 최초의 인물이 된다.

요셉 성인은 성실한 아버지이다. 그는 법적인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마태 1,21-25), 할례를 시키고(루카 2,21), 성전에 봉헌(루카 2,22)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집트 피난(마태 2,13-15)을 마다치 않았고, 나자렛으로 돌아와 성가정을 보살피며 가장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한다.(루카 2,51-52)

요셉 성인은 다윗 가문(마태 1,1; 루카 1,27) 사람으로 목수(마태 13,55) 일을 하였다. 고향은 베들레헴(루카 2,4 참조)이었으나 나자렛에서 생활(마태 2,13-15)했다.

신약 외경이 말하는 요셉 성인

가톨릭교회는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문학 작품을 헬라어로 ‘아포크리파’(αποκρυφα), 우리말로 ‘외경’(外經)이라고 한다. ‘감추어진 것’ ‘숨겨진 것’이란 뜻의 아포크리파는 성경 경전과 비슷한 면을 지니면서도 영지주의 등 교회와는 다른 가르침을 전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약 외경 가운데 요셉 성인에 관해 서술하고 있는 작품은 2세기 초대 교회 안에 널리 퍼져있던 「야고보 원복음」과 「토마 유년기 복음」이다. 이 외경들이 서술하고 있는 요셉 성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사제 즈카르야가 동정녀 마리아의 배필로 요셉을 정해 주었다. 자식 딸린 늙은 홀아비인 요셉이 동정녀 마리아의 약혼자가 된 것은 선발 과정 중 그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와 그의 머리에 앉는 이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동정녀 마리아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했다. 요셉은 마리아가 임신 6개월이 지났을 때 다른 지방에서 건축일을 하다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의로운 요셉은 탄식하면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했다. 그날 밤 요셉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처녀인 마리아의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을 알려준다. 이후 요셉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주님의 천사가 명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동정녀를 보호했다.

요셉은 하느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양육했다. 요셉은 예수님을 교육하는 데 헌신했고, 예수님도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성미술이 표현한 요셉 성인

교회의 성미술 작가들은 요셉 성인을 묘사할 때 검은 옷 또는 주홍색 옷을 입은 모습을 전통적으로 그려왔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품고 있다. 한평생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신비를 품고 살았던 요셉 성인에게 딱 어울리는 색이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있듯 의로운 사람인 요셉 성인은 검은 옷을 입고 세상의 것을 모두 버리고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협력한 것이다. 주홍색은 ‘순교’를 상징한다.

성모 마리아의 푸른색 망토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올 새로운 ‘희망’을 예고해 준다면, 요셉 성인의 주홍색 겉옷은 성가정의 보호자인 요셉의 충실한 순명을 드러낸다.

요셉 성인에 대한 신심

성모 마리아는 초대 교회 신자들로부터 특별한 공경을 받았다. 반면, 요셉 성인은 성령으로 잉태되신 예수님의 양부, 곧 법적 아버지라는 이유로 4세기에 가서야 동방 교회 신자들의 공경 대상이 된다. 서방 교회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늦은 15세기에 가서야 성 요셉 축일을 전례력에 도입해 요셉 성인을 공경하기 시작했다.

요셉 성인은 1870년에 복자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보편 교회 수호자’로, 이후 레오 13세와 비오 12세 등 역대 교황들에 의해 ‘아기 예수의 수호자’ ‘마리아의 수호자’ ‘성가정, 성직자, 수도자, 가난한 이, 노동자, 임종자, 동정녀, 환자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됐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요셉 성인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보호자로 선언했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9년 사도적 권고 「구세주의 보호자」를 통해 “요셉 성인은 마리아와 동일한 사랑의 보호자였으며 인간의 노동을 속량의 신비에 더욱 근접시켰다”고 천명했다.


▲ 요셉 성인을 나타내는 포도 모양의 ‘나르드 꽃’이 새겨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장.


요셉 성인과 프란치스코 교황

요셉 성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랑과 공경은 곳곳에 드러난다. 우선 교황 문장이 그 증거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장 방패 중앙에는 예수회를 상징하는 ‘IHS’라는 라틴말이 크게 새겨져 있다. IHS는 ‘인류의 구원자 예수’(Iesus Hominum Salvator)를 뜻하는 라틴어의 머리글자다. 이 문장을 중심으로 왼편의 별은 ‘성모 마리아’를, 오른편 포도 모양의 ‘나르드 꽃’은 요셉 성인을 나타낸다. 교황은 침대 머리맡에 ‘잠자는 요셉 상’을 놓아두고, 걱정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쪽지에 적어 요셉 상 밑에 밀어 넣고 꿀잠을 잔다고 2016년 필리핀 사목 방문 중 털어놓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에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강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이신 주님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소명, 곧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보호하는 ‘수호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모든 수호자로서의 소명을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의 성가정을 침묵과 순명으로 보호한 요셉 성인의 삶에서 찾아 수행할 것임을 웅변했다.

요셉 성인을 공경해야 하는 이유

아빌라의 대 데레사 성녀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삼위일체를 이루듯 성자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께서는 나자렛 성가정 안에서 이타적인 삼위일체의 삶을 살았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삼위일체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요셉 성인을 공경하고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셉 성인의 삶은 ‘하느님께서 더하신다’ ‘하느님을 돕다’는 그의 이름의 뜻대로 돕는 이의 삶이었다.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지켜주고, 예수에게 충실한 아버지가 되어준 것은 자기 희생과 봉헌이 없이는 불가능한 삶이었다.

이처럼 요셉 성인은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모든 일에 자신을 온전히 열어 놓은 사람이다. 그의 순명으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이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길재 기자(가톨릭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