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4월 10일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dariaofs 2021. 4. 10. 06:06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제자들의 놀라운 변화가 목격됩니다.

"듣고도 믿지 않았다."(마르 16,11)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마르 16,13)
마르코 복음사가는 스승 예수님의 부활 소식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을 전혀 미화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학자는 앎으로 말하고 운동선수는 기록으로 말하며 신자는 믿음으로 말해야 할 터인데, 예수님의 최측근에게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불신과 완고함이 이처럼 폭로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그런데 믿지 않는 제자들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는 더욱 놀랍습니다. 믿음을 확인받거나 맹세를 시켜도 시원찮을 마당에 거두절미하고 소명을 부여하시니까요.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제1독서는 최고 의회에서 담대히 발언하는 베드로와 요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또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놀라워하였다."(사도 4,13)
베드로는 확실히 변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이나 그 추종자들을 적대하던 이들이 놀랐다고 할 정도면 과장이 아니겠지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승천을 겪은 제자들은 서서히 자신의 완고한 불신의 늪에서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화룡정점이 될 결정적 사건인 오순절의 성령 강림을 체험하지요.(사도 2, 1-12 참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19)
베드로의 말에는 한치의 두려움도 의혹도 없습니다.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굳은 신념과 확신이 가득하지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은 믿음에서 나옵니다.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오합지졸처럼 갈팡질팡 나약했던 그들 안에서도 하느님 자녀로서의 충만하고 온전한 완성의 상태를 관상하시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와 신뢰는 사도행전이 증명하듯, 결국 제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삶에서는 믿음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사시다가,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또 되살아나셔서 지금도 우리 곁에 현존하시며 사랑을 쏟아 주신다는 이야기는 믿음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니 그렇습니다.

세속적 번영과 성공을 누릴 때는 믿을 만하다고 여기다가 시련과 고난이 닥치면 믿음을 거두고 돌아서길 반복하면서, 믿음과 불신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성이고 있다면 아직 믿음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아닌지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 믿음은 거래가 아니라 투신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결국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됩니다. 제자들의 놀라운 변화는 부족하고 나약한 이들을 지지해 주고 힘이 되어 주신 스승의 놀라운 믿음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믿기 전에 그분이 먼저 우리를 믿으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믿음은 결국 그분 믿음에 대한 응답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부활을 성대히 경축하고 기뻐하는 부활 팔일 축제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더 소중히 즐기고 누리면 좋겠지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믿음을 아낌없이 내어드리고, 우리를 믿어 주시는 그분께 큰 감사와 사랑을 올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믿음의 사람으로 성큼 자라나길 희망하며,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