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4월 11일 부활 제2주일, 하느님 자비 주일

dariaofs 2021. 4. 11. 06:06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의 자비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모인 곳에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을 태초에 하느님에게서 숨을 받아 생명체가 되었듯이, 부활하신 예수님에게서 숨을 받아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용서"를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명하신 대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제자들이 앙심이나 복수심, 미움이나 증오에서 그 사명을 시작하지 않기를 바라시기 때문일 겁니다. 스승을 죽음으로 내몰고 제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무리들에 대해 제자들이 두려움과 원망, 적대감을 갖지 않도록 그들 마음에 사랑의 성령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그들을 용서하셨지요.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둠의 세력의 하수인이 된 이들에 대해 예수님은 연민의 사랑까지 품으셨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을 버리고 달아났던 제자들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지금 예수님은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서운함을 토로하러 오신 게 아니시지요. 그분은 사랑에 사랑을 더하러 오셨습니다. 그분이 드러내 보여 주신 사랑의 상처는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증거합니다. 용서 또한 마찬가지로 주님의 증거입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요한 20,27)
하필 예수님이 오셨던 자리에 부재했던 토마스는 예수님을 만나 들떠 있던 동료들에게 '그분 상처를 확인하고야 믿겠다'고 어깃장을 놓았지요. 예수님은 그를 위해서 수고로이 다시 나타나시길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사랑은 기싸움이 아니라 포용이고 용서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그러한 분을 어찌 믿지 않겠으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토마스의 고백은 주님의 용서와 자비를 체험한 모든 이의 고백입니다. 사랑의 상처와 용서, 자비야말로 그분이 주님이심을 증거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초대 교회 신자 공동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들 가운데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를 돌보며 가진 바를 나누고 함께 살아갑니다. 누구도 가진 게 넘쳐 사치와 향락으로 제 영혼을 좀먹지 않고, 누구도 가진 게 없어 굶주리거나 움츠리지 않는 세상, 어쩌면 하느님의 숨을 받은 이들이 보여 주는 가장 충만하고 아름다운 상태일 겁니다.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사도 4,33)
모두가 하느님 숨을 받은 그분 모상성을 살아가면 모두가 은총을 누리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부유해지려 하지 않으면 모두 부유해질 것이며, 모두 가난해지려고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피터 모린)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념이나 시스템에 의존할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자비의 마음을 가지면 가능한 일입니다.

제2독서에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1요한 5,1)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분 자녀인 우리 형제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비로울 때 아버지께서 우리 안에서 사랑이신 당신을 증거하십니다. 우리가 베푸는 자비와 사랑은, 형제들이 주님을 보지 않고도 믿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겸손한 나눔과 기꺼운 희사로써 형제가 지고 있는 물질적 부채를 덜어 주고, 용서로써 마음의 부채 또한 가볍게 해 그를 풀어 줍니다. 그로써 우리도 하느님께 지고 있는 영혼의 빚을 탕감받지요. 꼭 그걸 바라고 계산해서 한 행동이 아니지만, 하느님은 기억하십니다. 당신의 또 다른 자녀에게 베푼 형제적 사랑을 그분은 결코 잊으실 수 없습니다. 이 구체적 자비와 사랑은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이 은총의 호환으로 "모두가 큰 은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하느님의 자비 주일인 오늘, 우리 삶에서 베풀어 주신 주님의 자비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은총의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용서와 자비, 사랑이 절실한 형제들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 손 내미는 은총의 전파자가 되면 더욱 좋겠지요.

우리 안에 충만한 사랑과 자비를 보고, 우리의 형제들이 주님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을 고백할 것입니다. 주님을 증거하는데 그만한 것은 없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우리, 자비를 실천하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