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를 보여 주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
포도나무와 가지가 한 몸인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과 한 몸입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는 포도나무 줄기에서 무수한 가지들이 뻗어나가고, 그 가지에 잎과 함께 예쁘고 달콤한 포도송이들이 달려 온전한 나무를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
가지는 포도나무에게 있어 그 자체로 소중한 일부분이지만, 뿌리에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 열매에 전달하는 통로도 됩니다. 가지 덕분에 땅의 양분을 받아 튼실하게 맺힌 포도 열매는 태양과 바람의 보살핌 덕에 달고 건강한 맛으로 익어갑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사랑에 우리의 협력이 더해져 영근 열매로 세상은 더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요한 15,8)
포도나무와 가지는 좋은 열매를 맺어 아버지의 사랑과 능력, 그분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지들은 포도나무에 꼭 붙어 있어야 하지요. 가지는 나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는 그저 땔감이 될 뿐이지요.
제1독서에서는 초대교회의 형성기에 촉발된 교의적 도전과 해결 과정이 드러납니다.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은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사도 15,1)
유일하신 하느님을 섬기는 유다교의 역사와 전통 안에서 생겨난 그리스도교는 계승과 새로운 정립의 기로에 섭니다. 이 주장을 한 이들은 아마도 그리스도교 신자 자격을 유다인의 정체성을 보장하는 할례의 전통 위에서 세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연속적인 부분과 비연속적인 부분이 선명해질 필요성이 대두된 과정이 되었지요.
"이 문제 때문에 ...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올라가기로 하였다."(사도 15,2)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사도들, 원로들과 상의하기로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가지들로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 지향과 계획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포도나무의 일체감을 드러냅니다. 나무와 가지들이 한 몸의 영혼을 유지하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기도와 나눔, 회의를 통해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의 생각과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과정은 성령의 개입으로 거룩해지고 일치를 찾아갑니다. 하느님 백성의 유익을 위한 모든 발걸음이 곧 아버지의 영광으로 이어집니다.
"사도들과 원로들이 이 문제를 검토하려고 모였다."(사도 15,6)
한 아버지의 같은 자녀로서, 한 포도나무를 이루는 지체들로서 모인 이들은 자기 이익이나 욕심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추구합니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하나인 교회를 이루고 하느님 백성을 양육하지요.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반복해서 간곡히 당부하십니다. 그분과 우리의 관계는 이 머무름에서 시작되고 피어납니다. 그 자체로도 최고의 관계적 기도인 머무름은 열매까지 내어 아버지께 영광이 됩니다. 머무름으로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어린 아이가 엄마품에 꼭 안겨있듯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꼭 붙어 그분께 머무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분께 붙어있기만 하면 우리가 좀 부실하고 모자란, 대단치 못한 가지여도 반드시 아버지께서 흡족해 하실 열매가 달릴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한 나무를 이루고 있는 우리 모두는 행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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