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닮아가는 방법을 일러 주십니다.
"남에게 보이려고"(마르 12,40)
예수님이 율법 학자들을 비난하시는 이유는 그들의 봉헌과 자선, 기도가 하느님이 아닌 남에게 보이려는 과시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에 영광이 되고자 하는 선행은 비록 타인에게 유익을 주더라도 하느님께는 기만이 될 따름이지요. 자기 영광을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는 것이니까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마르 12,43)
예수님께서 어느 가난한 과부가 헌금하는 모습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때는 헌금함에 돈이 떨어지는 소리로 주위에서 그 가치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가난한 이들이 제 깜냥을 다해 무언가라도 소박하게 봉헌하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변의 업신여김까지 감당해야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헌금함에 다가가는 가난한 이들은 어쩌면 사람의 눈이 아닌 하느님의 눈에 자신을 내던진 이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눈에 그들이 귀하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그녀의 봉헌을 "많이"라고 보신 예수님의 수량 계산법은 우리 인간의 도량형 척도와 상당히 다른 게 분명합니다.
사실 봉헌의 끝판왕은 주님이십니다. 아버지께서 당신과 같은 하느님이신 아드님을 세상에 주셨고(봉헌하셨고), 예수님은 우리 구원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으니까요. 그래서 사심없이 주는 행위는 하느님의 자기 증여와 닮았습니다. 잘 비우고 나누고 주는 이는 하느님을 많이 닮은 사람이지요.
제1독서에서는 라파엘 천사가 토빗과 토비야 부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권고하는 대목입니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토빗 12,7.9)
토빗은 하느님 앞에 충실한 의인이었습니다. 그의 자선과 선행은 자기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무엇을 선심쓰듯 내놓는 차원을 넘어 자기 목숨까지 건, 위험을 무릅쓴 헌신이었지요. 이것이 하느님께서 즐겨받으시는 봉헌입니다. 오늘 "생활비를 모두 다"(마르 12,44) 바친 복음 속 가난한 과부의 봉헌과 이어지지요.
"충만한 삶"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이에게 허락하고 베푸시는 "충만함"이 물질적 풍요나 세속적 성공과 무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존재적 충만함, 영적 충만함은 물리적 수량의 많고 적음과 상관 없이, 사랑의 크기에 비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 때문에 비운 만큼, 나눈 만큼이 충만함으로 채워지는 것이지요.
"이제 이 세상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토빗 12,20)
이것이 이 세상에 남아 순례의 남은 여정을 채워가야 하는 우리의 지상 과제입니다. 많건 적건 주님을 사랑하기에 그분께 바치는 모든 것, 이웃을 사랑하고 연민하기에 그들과 나누는 모든 것이 주님께는 진실된 찬미가 됩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행한 모든 것은 굳이 "남에게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주님께 아름답고 영롱한 찬양으로 올려지지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복음 환호송)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이 행복은 우리가 부자이건 가난한 이건, 누리는 것이 많건 적건, 지위가 높건 낮건, 어느 신분이건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신 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기도와 헌신, 그리고 그분이 특별히 사랑하시는 가난한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자선과 선행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합니다. 행복은 우리가 주님과 닮아갈수록 더 충만해집니다.
사랑하는 벗님! 내어줌의 끝판왕이신 주님의 거룩한 살과 피를 기리는 성체성혈 대축일을 준비하며, 주님 닮은 성체의 삶을 더 깊이 묵상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어렵고 팍팍한 삶 한가운데서 나날이 주님을 닮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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