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 안에는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가 가득합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불행하다 여기십니까?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마태 5,3-4)
복음에서는 "행복하여라!" 하시는 주님의 선포가 여덟 차례나 울려 퍼집니다. 이는 선포이면서 동시에 권고이고 명령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언급하시는 대상이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견지에서는 썩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로 보입니다. 가난하고 슬프고 주리고 목마르며 박해 받는 이들, 계산적이지 못하고 약삭빠르지 못하고 경쟁과 착취 구도에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는, 그저 약하고 착해 빠진 이들이 차례로 불리우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초대하시는 복음적 행복이 세속적 행복과 꼭 일치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행복은 인간이 지닌 영과 육 모두를 아우르는 존재적 충만 상태이기에 외적인 부유함, 쾌감, 명성, 권력의 조건만으로는 행복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저 육신을 만족시키는 안정감과 우월감은 이기심을 활성화해서 진정한 행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1독서는 코린토2서의 시작 부분으로 "위로"의 말씀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분은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2코린 3)
이것이 바로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의 형제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까닭입니다. 사도가 전하는 하느님이 위로의 하느님이시며 고통과 시련의 풍랑 위를 항해하는 교회에 한없이 자비를 쏟아 주시는 인자한 분이시니까요.
그런데 편지 대목 안에는 "위로"라는 말씀만 있지 않고, "환난, 고난"이라는 말씀 또한 적잖이 등장합니다. 마치 고난과 위로가 한 세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지요. 여기에 그리스도인의 행복의 열쇠가 들어있습니다.
"이 위로는 우리가 겪는 것과 똑같은 고난을 여러분도 견디어 나아갈 때 그 힘을 드러냅니다."(2코린 1,6)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서 고난과 위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드러난 주님의 구원 업적이 명백한 증거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 없듯이 고난 없는 위로도 존재하지 않지요. 그 위로가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화답송)
시편작가는 복음이 선포하는 행복한 이들을 묶어서 한 마디로 노래합니다. 가난하고 슬프고 주리고 목마르며 박해받는 이들, 세상의 물질과 권력 싸움에 발은 담그지 않는 자비롭고 선하고 순수한 이들은 세속 깃발 아래가 아니라 위로의 하느님께 몸을 숨기는 이들이지요. 그들의 행복은 십자가와 부활을 몸소 겪으신 예수님의 행복과 일치하기에 그 무엇에도 이 행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세상사가 때때로 퍽 고되고 버거우시지요? 어느 면은 좀 살 만한데 또 다른 면은 도무지 팍팍하기만 하니 과연 내가 행복한 건지 잘 모를 때도 종종 있겠고요. 세상의 파도를 헤쳐가다보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고난과 시련이 없을 수 없는데, 그래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건 이 모두를 먼저 겪으신 주님이 당신 그늘로 우리를 숨겨 주시고 위로를 건네시기 때문일 겁니다.
십자가의 주님께서 한량없는 위로도 함께 가지고 오십니다. 주님께서 목소리를 높여 우리에게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니, 우리는 반드시 행복하고 또 행복해 질 것입니다. 주님의 위로 덕분에 행복한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이 행복이 세상으로 훨훨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온종일 이 주문을 외우며 행복감에 푹 젖어드는 오늘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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