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보물 이야기입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마태 6,19)
사람은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걸 보물로 여깁니다. 일반 사람이라면 재산이 보물일 수도 있고 화려한 인맥을 보물로 여기는 이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구는 외모나 자기를 과시할 치장품을 제일 소중한 보물로 여기지요.
그런 이들은 보물을 자랑하고 싶어 못 견딥니다. 그들의 대화는 '기,승,전,자랑'으로 끝을 맺지요. 그의 시선이 온통 세상 것에 박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면 분명 달라지게 될 구태들이니, 예수님은 제자들이 탐욕과 허영, 우월감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
마음은 사람의 가장 중심이 되는 성소입니다. 그의 존재의 혼이고 영이 깃드는 자리이며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지성소지요.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들이 이토록 귀한 "마음"을 한낱 세상 것에 붙잡아두지 않도록 권고하십니다. 마음이 무엇을 향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 결정되니까요.
재물이나 인맥, 외모, 명품에 온 신경이 가 있는 사람은 마음이 그것들로 꽉 차서 이웃도 하느님도 보이지 않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라는 물질의 속성, 탐욕의 원리가 그를 더 여유 없고 조급하게 만드니까요. 자신이 보물로 여기는 것이 잃거나 망가지기 쉽고, 게다가 자신을 점점 더 얄팍하고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조차 알려고도 하지 않기에 그는 자기 마음을 차지한 보물바라기로 시선이 땅에 박힌 채 성장이 멈추고 영은 퇴보합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마태 6,22)
영의 가치를 알아보고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이와, 세상 물질을 보물로 섬기는 이의 차이는 시력이 아닐까 합니다. 몸의 등불인 눈이 맑고 밝아 영의 사정을 볼 수 있다면 그의 마음은 자기 보물이 쌓인 하늘에 있을 것이고, 온통 세상 것만 보이는 이는 마음을 저아래에 둘 겁니다.
제1독서에서는 사도 바오로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니 나도 자랑해 보렵니다."(2코린 11,18)
코린토 신자들이 속된 기준으로 자기 자랑을 일삼으며 다가오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혹해서 넘어가자, 사도는 통탄하며 그들처럼 어리석게 되는 걸 무릅쓰고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처럼 자신도 히브리 사람이고 이스라엘 사람이며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그리스도의 일꾼이라고요.
"수고, 옥살이, 매질, 죽을 고비, 채찍, 돌질, 파선, 표류, 위험, 고생, 밤샘, 굶주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 헐벗음"
그런데 잘 나가다가 방향이 바뀝니다. 사도의 자랑거리는 속된 기준으로 자랑하여 코린토 신도들의 시선을 빼앗는 거짓 사도들의 자랑과 완전히 결을 달리하고 있지요. 그들과 달리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위해 받은 고난과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땅에 보물을 쌓는 이라면 '저것도 자랑일까' 싶게 혹독히 가난하고 불행해 보이는 고난의 여정이지만, 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믿고 따르는 이에게는 훈장과 같은 자랑거리 맞습니다!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1,30)
사실 맑고 밝은 눈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이는 세상 자랑을 일삼는 이와 대화할 때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열하는 '기,승,전,세속적 자랑'에 표현은 못해도 속으로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지요. 반면 영의 눈으로 자신을 실체를 깨달아가는 이들의 자랑은 자신의 약함으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권능이니 그의 가난하고 소박한 고백은 더욱 더 하느님께 영광이 됩니다.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화답송)
맑고 밝은 영의 눈으로 자신의 가난을 깨달은 이라면 이 세상에서 찬미 받으실 분이 오직 주님이심을 압니다. 모든 것의 주인이신 분 앞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아는 가난한 우리의 자랑은 그분의 자비와 사랑, 영광과 권능이어야 하지요. 그리고 그 자랑을 듣는 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마땅히 영광 받으실 분께 영광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복음 환호송)
그렇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 하느님께 의지하는 이는 세속적 자랑거리가 될 일들을 초개같이 여겨, 애먼 데 힘을 쓰지 않고, 진정한 본질을 차지하려 달리고 또 달립니다. 그의 지향과 조준과 투신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그렇게 그는 자기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지요. 그러니 이미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보물이 하늘 나라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는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이 지상에서 겪는 우리의 고통과 눈물, 실패조차 하늘에서 보물로 쌓일 것이니, 가난한 우리는 행복합니다. 우리의 보물이 오직 주님이시고, 그래서 우리의 자랑이 '기,승,전,하느님 자랑'이면 참 좋겠습니다. 하느님 자랑 마음껏하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지혜로운 이는 제 지혜를 자랑하지 말고
힘센 이는 제 힘을 자랑하지 말며
부유한 이는 제 부를 자랑하지 마라.
자랑하려는 이는 이런 일을,
곧 나를 이해하고 알아모시는 일을 자랑하여라."
(예레 9,22-23)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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