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가르치시면서 예까지 보여 주십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이 가르침은 참 훌륭하고 바람직하지만, 잘 지켜지기는 그리 쉽지 않은 듯합니다. 사람은 대개 남에게 바라는 건 많으면서, 타인에게 무얼 해줄 때는 자기중심성과 이기심이 발동하는지 좀 야박해질 때가 종종 있어 보이니까요.
"내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9)
아브람과 롯의 재산이 너무 많아 함께 살기 어려워서 서로 갈라져 나가기로 합니다. 이때 아브람이 롯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지요.
먼저 선택을 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기득권이 될 수 있습니다. 비옥하고 물이 넉넉한 좋은 땅을 합법적으로 선점할 기회니까요. 하느님에게서 땅과 후손을 약속 받은 아브람은 어디가 되었든 자기에게 돌아오는 땅이 주님 약속의 땅임을 믿기에 관대히 선취권을 내놓습니다. 이 모습이 바로 남에게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롯은 "물이 넉넉하여 마치 주님의 동산과 같고 이집트 땅과 같"(창세 13,10)은 곳을 선택하고, 아브람은 그가 고른 곳의 반대편으로 나아갑니다. 롯의 선택 기준은 그러나 주님 눈에는 위험하지요. 성경은 풍요를 좇은 그의 영리한 선택이 소돔과 같은 욕망과 쾌락, 이집트와 같은 노예살이의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태 7,13)
롯이 자리잡은 소돔은 "악인들, 죄인들의 성읍"이었지요. 그는 당장 눈에 보이는 외적 풍요가 어떤 결과를 잉태하고 있는지 모른 채, "넓은 문, 널찍한 길"을 택하여 나아갑니다. 복음사가는 이를 두고 "멸망으로 이르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다고 하였지요.
자기가 선택한 땅이 아닌, 하느님께서 선택해 주신 땅으로 나아간 아브람은 "네가 보는 땅을 모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히 주겠다."(창세 13,15)는 축복을 받습니다. 세상에! "보는 땅"이라니요! 발길이 닿은 땅도 아니고 싸워서 점령한 땅도 아닌, 아브람 시야에 들어온, 보는 땅을 주신다는 말씀에서 주님의 무한하신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마태 7,6)
"거룩한 것, 진주"는 우리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가리킵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진주를 산 상인의 비유에서도 보듯(마태 13,45-46 참조) 모든 것을 걸고 지켜야 하는 영혼의 본질이고 정수일 겁니다.
하느님의 숨을 받아 이 세상에 와 살고 있는 우리가 목숨처럼 소중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없는 재물이나 현세적 지식, 썩어 없어질 외모가 아닐 겁니다. 무언가 선택을 할 때 (개, 돼지들에게 참 미안한 비유입니다만) 거룩하고 귀한 것을 알아보지 못해 개, 돼지들로 빗대어진 쾌락과 욕망, 허영과 사치들에 자신을 던지지 말라는 뜻이지요.
아무리 삶이 녹록치 않고 제도와 사람들의 이해가 따라오지 못해도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지향, 귀한 꿈을 세상의 바벨탑, 소돔의 널찍한 문으로 밀어넣어서는 안 되지요. 쉽고 넓고 편한 세상의 달콤한 유혹 뒤에는 "멸망"이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의 거룩함, 우리의 진주를 아시는 주님께서는 이를 결코 원하지 않으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나의 선택이 어떤 기준에서 나오는지,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거룩함, 귀한 진주를 잘 간직하며 살아가는지 돌아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목놓아 기다리시는 생명의 좁은 문을 향하는 이들이니까요. 이 길에 서로 동행이 되어 주는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말씀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이 생명으로 가는 길임을 굳게 믿습니다.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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