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낮미사

dariaofs 2021. 6. 24. 06:37

오늘 미사의 말씀은 이름과 소명의 관계를 알려 주십니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루카 1,60)
"그의 이름은 요한"(루카 1,63)
오랜 기간 아기를 갖지 못했던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가 주님의 은혜로 아들을 출산합니다. 그런데 아기 할례식에 모인 친척들이 아기를 즈카르야라 부르려 하지요. 아버지의 이름을 아들에게 주는 일은 이스라엘에서 흔한 관습이었습니다.

이때 노령의 산모인 엘리사벳이 강하게 반대합니다. 의아하게 여긴 친지들이 즈카르야에게 묻자 그 역시 글로써 아내의 의견에 동의하지요. 사실 "요한"이라는 이름은 아기의 탄생을 알린 천사의 명령이었음을 우리는 압니다.(루카 1,13 참조) 그 이름을 지키려는 부모의 적극적인 태도는 주님께 대한 순명이었던 것이죠.

제1독서에서는 <주님의 종의 둘째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의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이사 49,1)
요한은 하느님께서 성자의 강생을 준비시키기 위해 선택하신 인물로, 그의 사명은 하느님 구원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자취를 남깁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마련하신 이름 "요한"은 ‘자비로우신 주님(야훼)’이라는 뜻의 성서 속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은혜"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요한"이라는 명명으로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아기의 정체성과 소명이 이렇게 확립됩니다.

제2독서는 사도 바오로의 입을 빌어 요한의 사명을 들려 줍니다.

"이분께서 오시기 전에 요한이 이스라엘 온 백성에게 회개의 세례를 미리 선포하였습니다."(사도 13,24)
그의 사명은 구원자로 오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것이기에 종속적이고, 또 그분 오시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준비시키기 위함이라는 의미에서 일시적입니다.

"나는 그분이 아니다."(사도 13,25)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 혹은 무엇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망상이나 야망 속의 누구가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과 사명으로 창조되고 불리운 실제의 자신에 대해 겸손하고도 책임 있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을 메시아라 여길 때 그는 자신의 얼굴을 명백히 밝힙니다. 그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준비하는 이, 그분의 길을 닦는 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였지요. 그 소리에 담길 분은 말씀이신 성자 예수님이십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이름값'을 하는 것은 혼자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오늘 요한의 이름이 확정되기 위해 그의 부모가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지켜냈듯, 모든 이는 서로의 정체성과 소명이 빛을 발하고 완성되도록 함께 협력하라고 초대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벗님의 이름과 본명을 불러 봅니다. 벗님을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이름 지어 주신 주님께서 벗님에게 어떤 꿈을 꾸고 계시는지 그분께 여쭙고 기도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 꿈이 삶 안에서 정체성과 소명으로 표현되는 것이니, 벗님도 이 세상을 위한 주님의 구원 계획 안에 미약하고 미소하나마 자리하고 있답니다. 주님의 꿈이 벗님의 꿈으로 완성되길 청하며 매일매일 충실히 응답하는 벗님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