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6월 27일 연중 제13주일

dariaofs 2021. 6. 27. 05:47

오늘 미사의 말씀은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을 보여주십니다.

"정녕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시고, 당신 본성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드셨다."(지혜 2,23)

제1독서는 본래 인간이 어떤 존재였는지 이야기합니다. 악마의 시기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오기 전에 인간은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받은 존재였지요. 그리고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되어 하느님을 닮아가도록 섭리하신 존재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영원한 생명에서 제외되어 질병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인류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마르 5,28)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며 고통을 겪던 한 여인이 군중 가운데 섞여 예수님 곁으로 다가갑니다. 그녀는 치유를 위해 온갖 노력을 했으나 더 나빠지기만 하는 중이었지요. 그녀에게 예수님은 마지막 희망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마음 안에 떠오른 이 강한 믿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분의 능력에 대한 소문 덕일 수도 있고 오랜 갈망이 낳은 직관 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 여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실제로 몸을 움직여 예수님 뒤로 다가갔다는 겁니다.

피를 흘리는 자체를 부정하게 보는 관습의 지배를 받는 현실에서 그런 병을 앓는 여성이 유다인 남성에게 다가가 옷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이지요. 행여 몹시 수치스럽고 난처한 반격을 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녀는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희망을 품었던 것입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마르 5,34)

여인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사려 깊고 다정한지요! 병이 나은 것을 확인해 주시는 것에 더해, 이 순간까지 겪은 그녀의 조마조마했던 마음까지 살펴 주십니다. 그녀는 몸과 마음 모두 치유받고 온전해집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

하혈하는 여인의 일로 잠시 지체하는 사이 회당장의 딸이 죽었다는 전갈이 오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절망에 빠지려는 회당장의 믿음과 희망을 북돋워주십니다. 그와 함께 가기로 한 이상 딸의 생명은 이미 예수님의 손에 들어 있으니, 회당장은 믿기만 하면 됩니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마르 5,41)

예수님께서 소녀를 일으키십니다. 훗날 아버지께서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을 일으키신 바로 그 능력입니다. 사람으로서는 넘어설 수 없는 죽음이란 극점에서 말씀으로 죽은 이를 일으키신 그 힘은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증명합니다.

결국 생명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인간의 의학과 과학 기술이 이에 협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생명을 온전히 지배할 수 없음은 자명하지요. 그렇다면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주권을 믿는 우리는 무엇으로 그 생명의 통로가 될 수 있을까요?

제2독서에 드러난 사도 바오로의 권고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2코린 8,14)

우리는 이처럼 상호적 기여를 통해 서로를 지탱합니다. 그저 평범하고 부족할 뿐인 우리가 생명을 일으키는 주님의 능력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눔과 헌신이지요.

소유와 시간과 힘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자신이 누리는 생명을 덜어내어 조금 더 채워져야 하는 부분을 살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언젠가 우리에게 되돌아와 결국 모두를 풍요롭게 할 에너지로 남습니다. 이 주고받음의 신비를 사도는 "균형"이라 이야기하고, 제1독서에서 지혜서 저자는 "정의"(지혜 1,15)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일어나라!" 하고 힘차게 격려하시고 또 "평안히 가거라." 하고 다정히 속삭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영원히 살게 하기 위해 오신 "생명" 자체인 분이십니다.

주님을 만지기 위해 있는 힘껏 그분 곁으로 다가가 손을 뻗기를, 그리고 우리가 받은 생명을 품고 지금 결핍 중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도 손을 길게 뻗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 모두 균형을 이루고, 그렇게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어 갈 것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