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새로운 가족 관계를 보여주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
어떤 이가 예수님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오셨다'고 전하자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시는 겁니다. 사실 이스라엘은 열두 지파를 뿌리로 무성히 자라난 나무입니다. 그러니 각 지파의 기초 단위가 되는 혈연적 가족이 매우 밀접하고 결속력 강한 단위체임은 당연하고 명백한 사실이지요.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9-50)
예수님은 전통적 가족의 근거를 혈연에서 아버지로 중심을 이동시키십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모여 그분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 가족이고 공동체가 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나 형제들과의 관계를 부정하시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이어진 새로운 유대를 선언하시는 겁니다. 마리아와 형제들이 소유한 가족의 지위는 혈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이들이라서 누리는 특권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스라엘을 피해 달아나자. 주님이 그들을 위해 이집트와 싸우신다."(탈출 14,25)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뒤쫓아온 이집트 군대를 치시자 그들이 겁에 질려 외칩니다. 지금 이 현장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주님은 당신 백성 이스라엘의 편이시고, 그들을 학대하고 착취해온 이집트는 주님의 적이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민족적 정체성은 그들의 원체험인 이집트 탈출에서 시작되었지요. 파스카 체험은 언제라도 그들을 결집시키고 하나로 만드는 힘의 원천이자 근원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아군과 적군, 내 편과 네 편이 명백히 갈립니다. 이스라엘에게 주님은 자신들의 주인이고 임금이신 반면, 이집트에게는 자기들과 싸우는 적국의 신이십니다.
그렇게 형성되어 온 민족의식, 전통적 가족 개념에 예수님께서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신 것입니다. 한 아버지의 자녀인 이상 그분 말씀을 듣고 뜻을 실행하는 모든 이는 서로 어머니고 형제자매입니다. 끝내 "우리" 안에 받아들이지 못할 존재는 없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복음 환호송)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 말씀을 지키는 이들에게 "우리"이신 삼위 하느님이 오셔서 그 치밀하고 사랑 가득한 "우리" 안에 그들을 받아들이십니다. 성삼위 하느님과 어우러져 "우리"가 된 이들은 또 다른 말씀의 경청자, 실천가들과 합하여 그보다 더 큰 "우리"로 확장됩니다. 혈연이나 인종, 국가, 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한 아버지의 자녀들,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들로 영적 가족을 무한히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의 가정이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실행함으로써 더욱 뜨겁게 성삼위 하느님과 결속하는 찐 가족이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 역시 아버지 중심의 진정한 영적 가족으로 거듭나기를 축원합니다. 무엇보다 말씀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통해 하나의 가족으로 엮인 소중한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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