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7월 30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dariaofs 2021. 7. 30. 06:05

오늘 미사의 말씀은 축제를 대하는 자세를 이야기하십니다.

"거룩한 모임을 열고, 생업으로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레위 23,7.8.35.36)
제1독서인 레위기의 대목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거룩한 모임, 곧 주님의 축일들이 나열됩니다. 대부분의 축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시어 자유를 선사하시고 약속의 땅에 자리잡도록 이끄신 구체적 역사를 기억하고 경축하며 계승하려는 기능이 있습니다.

축제는 기쁨의 시간입니다. 일상성을 잠시 멈추고 역사적 의미를 지금 여기, 현재로 끌어와서 그 안에 들어가 즐기는 시간이지요. 평소에는 일상의 생활과 의무 등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했다면, 축제의 시간에는 나름의 의미와 기억, 몰입과 참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일탈과 예외성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축제의 시간에 들어서면 평범히 살아오던 시간과 공간 에서 분리되어 "거룩한 모임" 즉 거룩한 시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그 안에서는 일상성이 정지되고 의미 위주의 특수성이 지배하지요. 그래서 주님은 반복해서 누누히 "생업으로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것입니다.

평소에는 장려되는 노동이지만, 일정 시간 일손을 놓고 축제에 참여하면서 기억의 정화와 새로운 경험을 통해 구성원들 간의 결속과 소통이 강화되고 축제의 주인이신 하느님과도 더욱 친밀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축제는 기쁨의 시간이고 기쁨의 공간입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고향 방문기를 들려 줍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마태 13,55)
고향에 오셔서 회당에서 가르치신 예수님께 못마땅한 눈초리들이 꽂힙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과거를 너무 잘 알아서 그분 입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들이 일상성 안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출생부터 부모, 형제자매, 직업과 생활 형편, 학력과 자격, 가문과 신분 등 모든 걸 섭렵하고 있습니다. 기저귀 차던 시절, 코흘리개 시절, 성장기와 청년기 등 그들 눈에 감추어진 것은 하나도 없지요. 누군가의 일상적 정보를 다 안다고 착각할 때 사람은 편견의 늪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모든 존재 안에는 일상성과 예외성(특수성)이 함께 혼재하기 때문에 본질을 놓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오시기로 되어 있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신원은 고향 사람들의 육적인 눈에 드러나지 않았지요. 그분은 죄악에 묶인 이들을 자유와 해방으로 이끄실 안식일의 주인이시며 하느님과 함께 모든 축제의 주인이시지만, 놀라운 예언과 기적의 능력조차 고향 사람들이 안다고 자부하는 일상성과 배치되면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편협하고 선입견에 지배를 받는 이들은 예외성과 특수성에 경탄하며 축제를 즐길 개방성이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믿지 않으므로 그곳에서는 기적을 많이 일으키지 않으셨다."(미태 13,58)
기적은 일상성을 초월하는 대표적 표징입니다. 믿음 역시 논리와 계산으로 점철된 일상의 질서를 넘어서는 모험이며 투신이고요. 그러니 믿음이 없는 곳에 기적이 있기 어렵겠지요. 역으로, 예수님도 누차 말씀하셨듯이, 기적과 믿음은 서로 호응합니다.

우리에게는 주일과 축일, 대축일이라는 교회의 공적 축제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각자의 생일과 영명 축일, 세례와 견진, 서원이나 서품, 혼인 등의 각종 기념일 또한 주어졌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영육으로 풍요로운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평범하고 단순한 순례길 구비마다 기쁨과 활력이 되는 축제의 장이 마련되어 있고 우리는 그때마다 각자의 파스카 구원 여정을 되새기며 주님과 한층 더 친밀하고 뜨거운 관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축제를 즐기고 그 열매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일상에 매몰되어 다가오신 주님을 놓치지 않도록, "내가 다 아는데~, 원래~, 그럴 리 없지~" 하는 편협한 자의식을 훌훌 털어버려야 하지요. 열린 마음이 꼭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일상과 축제의 리듬 안에서 열린 믿음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축제의 주인이신 주님을 더욱 신명나게 해드릴 것이고, 주님께서도 그 안에서 당신 사랑의 기적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은총 가득한 축제들을 마음껏 기뻐하며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