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21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dariaofs 2021. 8. 5. 06:06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주님께서 무엇을 언짢아하시는지 드러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16,22)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시자 베드로가 나서서 외칩니다. 방금 예수님께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시라고 고백하고 나서 큰 칭찬을 받고, 교회의 반석이 되리라는 선언과, 하늘나라의 열쇠까지 받은 터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즉각적,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듯한 베드로의 단언이 예수님의 마음을 언짢게 합니다. 그는 말씀이신 분의 말씀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니까요. 하느님의 영이 일깨워주신 대로 예수님의 신원을 발설하기는 했으나, 그 신원에 깃든 사명을 아직 내면화하지 못한 까닭일 것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구나.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
베드로는 예수님에게서 호되게 꾸지람을 듣습니다. 짧은 순간에 칭찬의 천국에서 꾸지람의 지옥까지 곤두박질 친 형국이랄까요. 물론 베드로가 스승을 사랑하는 줄 모르지 않지만,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로서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성자의 사명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무사안위와 번영, 성공과 자기영광을 추구하도록 방향을 바꾸고 싶어하는 건 사탄의 의도지요.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에게도, 사탄에게도 쉽사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피조물의 마음을 간파하고 계십니다.

제1독서에서도 주님의 꾸지람이 들립니다. 이번에는 민족의 영도자인 모세를 향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나를 믿지 않아 이스라엘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공동체에게 주는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민수 20,12)
광야에서 물 없는 곳에 이르자 백성이 또다시 모세에게 몰려와 대듭니다. 모세는 주님께 여쭈어, 그분이 이르시는 대로 지팡이로 바위를 쳐서 백성에게 물을 내어주었지요.

이 과정의 어느 대목이 주님의 마음을 언짢게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합니다. "이 반항자들아, 들어라. 우리가 이 바위에서 너희가 마실 물을 나오게 해주랴?" 하고 외친 모세의 표현에서 그 주체가 '주님'이 아닌 "우리" 즉 모세와 아론이 되어버린 것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자기들의 힘처럼 이야기한 것이니까요.

아니면 바위를 두 번 친 것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만 쳐도 주님께서 충분히 기적을 일으키셨을 텐데, 아무래도 뭔가 미심쩍고 못 미더워 두 번이나 두드린 게 아닐까 추측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주님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총애하는 모세가 약속의 땅을 밟지 못하게 하심으로써 파스카 여정의 종결 매듭을 다른 이에게 넘기십니다. 모세로서는 참 송구하고 안타깝고 서운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주님께서 마음을 정하셨으니 되돌릴 방도는 없습니다. 파스카는 시작부터 마침까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의 안타까운 말씀들을 통해 우리는 주님께서 무엇을 바라시는지 배웁니다. 그분은 당신 뜻에 우리가 겸허히 머무르며 순종하기를 바라시지요. 비록 그분 뜻이 당장 인간적으로 손해와 고통과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이사 55,8) 하시는 주님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오늘 말씀의 결말에도 당연히 희망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칭찬을 받은 베드로가 계속해서 줄구장창 잘 나가기만 했다면 복음은 그저 베드로의 위인전이나 성공담으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널뛰듯 오르내리는 모습에서 우리 모두에게 열린 은총과 실패의 가능성을 볼 수 있으니까요.

또 이스라엘을 이끈 모세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 사실 역시, 파스카 여정의 주체가 오직 주님이심을 우리에게 각인시킵니다. 파스카는 모세의 업적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며, 오랜 세월 이어져 지금 여기 우리 삶 안에서도 진행 중인 여정인 셈이지요. 파스카의 완성은 진정으로 주님을 믿고 신뢰하며 하느님의 일에 자신을 던지는 이의 몫이 될 것입니다.

삶 속에서 종종 우리 각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무리 험하고 불편해 보여도, 혹 아무리 달콤하고 풍요로워 보여도 우리가 택해야 할 것은 무조건, 무조건 하느님의 뜻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에페 5,10)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권고의 선물입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