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모 승천 대축일 함께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성모님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 주십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의 별로 된 관을 쓴 여인"(묵시 12,1)
묵시록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습에는 영광의 광채가 가득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셔서 세상을 비추게 하신 빛 물체들과 함께, 곧 해를 입고 달을 밟고 찬란히 빛나는 별들로 머리를 꾸민 자태는 하느님 특은으로 충만한 성모님의 위상이 드러납니다. 마리아는 그 잉태부터 승천까지 하느님의 총애를 입은 분이시라고 교회는 고백하지요.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묵시 12,2)
그런데 여인에게 찬란한 영광만 머무르는 건 아닙니다. 크고 붉은 용이 상징하는 악이 그녀를 노리며 구세주의 도래를 저지하려 하지요. 출산 후 광야로 달아나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처소로 몸을 피하는 그 여인은 영혼이 날카로운 칼에 꿰찔리는 아픔을 감내하신 고통의 어머니, 성모님을 보여 줍니다.
성자를 이 세상에 오게 하신 구원의 탁월한 도구, 마리아는 성자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받아들이신 수난과 죽음의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겪으셨고, 마리아의 믿음과 인내와 순종의 온전한 봉헌을 기꺼이 받으신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하늘에 올려 주셨습니다.
복음은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와 사촌 엘리사벳과의 만남의 장면입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
마리아는 당신의 처지를 겸손히 인식합니다. 마리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하느님 모상인 까닭에 어떤 피조물보다 고귀하면서도, 창조주 하느님 앞에서는 비천한 종에 불과하지요.
하느님은 인간의 비천함을 은총으로 바꾸어 주는 분이십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처한 실존적 고통과 결핍이 그분의 마음을 움직이고 연민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린 소녀였지만 마리아는 그런 하느님의 자비를 참으로 야무지게 꿰뜷고 있던 지혜로운 여성이었지요.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구원경륜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주어진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 차례가 있습니다. 맏물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다음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그분께 속한 이들입니다."(1코린 15,22-23)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 역시 부활을 꿈꿉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분께서 당신을 믿고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일으키시고 변모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저 나약하고 부족하며 비천한 존재에 불과한 우리가 예수님의 뒤를 따른 믿음 덕에 그분의 영광을 나누어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승천 역시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모든 피조물을 앞서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하신 것이니까요. 우리는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믿음과 인내, 순종의 덕으로 영혼을 가꾸며 언젠가 누리게 될 부활의 은총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지금 여기 지상 순례 여정 안에서 겪는 내외적 어려움과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또 자신의 죄악과 부족함에 발목 잡히지 않으면서, 꿋꿋이 믿음을 견지하며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영광의 어머니이시면서 고통의 어머니신 분, 누구보다 우리 눈물과 두려움을 잘 아시는 마리아께서 천상에서 늘 우리를 위해 전구하시며 길을 안내해 주실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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