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을 따르는 이들이 피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일러 주십니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루카 8,1)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들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루카 8,2)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루카 8,3)
복음은 예수님의 선교 여행에 함께 동반한 이들을 나열합니다. 열두 제자는 물론 영육의 고통에서 해방된 여인들, 그리고 또 다른 여인들이 예수님 곁을 지켰습니다.
열두 제자가 그리 뛰어난 면면을 지닌 엘리트들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악령과 병고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경우도 적지 않았지요. 그들에게 예수님은 참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구원자셨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3)
이 "재산"이라는 표현에는 물질적인 재물은 물론 비물질적인 봉사와 헌신, 지지도 포함되었으리라 보입니다. 공동체를 이루어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다보면 먹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영적 에너지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이들은 신앙과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신심으로 제 뱃속을 채우려는 이들을 경계하라고 티모테오에게 이릅니다.
"그들은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들입니다."(1티모 6,5)
사도는 다른 교리를 가르치며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논쟁만 일삼는 이들을 통해 교회 안에 분쟁과 알력이 번져 가는 것을 우려합니다. 그들은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여겨, 왜곡한 진리와 가르침으로 자기 잇속을 챙깁니다.
"물론 자족할 줄 알면 신심은 큰 이득입니다. ...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시다."(1티모 6,8)
"자족"은 신심이나 소명, 직분에서 이득을 구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 속에서 예수님 곁에 머무르며 활동을 돕던 이들이 그러했지요. 행여 은총 지위를 수단으로 이득을 탐하고 챙기는,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욕망으로 병든 이들에게 사도 바오로는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뿌리"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그대는 이러한 것들을 피하십시오. 그 대신에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1티모 6,11)
주님 곁에 머무르는 이들이 가야할 길은 명료합니다. 그들이 바라고 추구해야 하는 덕목 역시 헷갈릴 일이 없이 분명하지요. 이러한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덕들은 악의 뿌리인 재물욕과 병립할 수 없습니다. 병립하는 것처럼 남에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위선임을 자신도 알고 주님도 아시지요.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1티모 6,12)
사도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소박한 재물에 만족하면서 주님의 일에 일조하는 모든 선한 이들을 독려합니다. 세상 걱정과 본능적 탐욕을 떨쳐버리고, 이득을 바라지 않으며 순수한 사랑으로 헌신하는 삶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어렵기에 늘 주님의 은총과 도움을 간청하는 기도가 동반되어야 하지요.
주님으로 만족하며 그분께 의탁하는 삶은 하늘 나라의 신비가 허락된 "철부지"들의 특권입니다. 세속의 눈에는 무능하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영원한 생명이 보장된 "참 행복"의 길이지요.
주님 곁을 지키며 자족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우리는 하늘 나라를 소유한 진복자, 참으로 행복한 이들이랍니다!
오늘 저희 프란치스칸들은 사부 성프란치스코의 오상 축일을 지냅니다. 예수님이 겪으신 십자가의 사랑과 고통을 그대로 체험하고 싶어한 성인처럼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구원의 도구로 사랑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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