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니다.
"꺼내려 내려가지 말고, ... 뒤로 돌아서지 마라."(루카 17,31)
모든 이가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는 그날은 노아 때와 같이, 그리고 롯 때와 같이 느닷없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무리 귀하게 여기는 세간이라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또 들에 있다면 뒤돌아서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사람은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겠지요. 하지만 지난 과거의 영화는 물론 상처까지도 집착하지 말고 이제부터 펼쳐질 구원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삶에서 귀하게 여겼던 것은 실상 이제부터 마주할 구원을 위한 준비와 같습니다. 그걸 버리고 넘어서야만 구원으로 들어갑니다.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
예수님은 자기 목숨에 대한 집착까지도 내려 놓으라고 하십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유한하고 아둔하며 근시안적이라 그것이 없으면 세상 끝날 것처럼 뭔가라도 붙들고 늘어지기 마련이지만, 결국 바로 그 직찹하는 것을 잃게 되리라고 경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은 생명의 차원이 바뀌는 날입니다. 그간 매달렸던 육적인 생명이 스러지고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날이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에 맞갖는 시선과 심성과 행동을 점검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살아 생전에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았는지가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제1독서에서는 만물 안에서 하느님 만나는 길을 알려 줍니다.
"피조물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미루어 보아, 그 창조자를 알 수 있다."(지혜 13,5)
사람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 만물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주어진 물질 세계를 통해 하느님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무지는 사람을 아둔하게 만들어 세상 만물을 소유하고 모으고 쌓는 일에 집착하게 합니다. 피조물에 집착하는 딱 그 수준으로 멈추지요. 피조물 너머에 계시면서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창조주께 눈을 돌리기에는 너무 게으르고 무심하며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 어찌하여 ... 주님을 더 일찍 찾아내지 못하였는가?"(지혜 13,9)
지혜서 저자는 탄식하듯 묻습니다. 하느님을 알 기회, 그분을 사랑할 기회를 하나도 붙잡지 못하고 하릴없이 세월만 보낸 이들의 무지와 어리석음, 무관심이 안타까워서입니다.
주님을 찾고, 그렇지 못하고에 따라서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은 사뭇 달라질 것입니다. 아주 딴판이 되겠지요. 그간 찾아오던 것이 영원한 생명 안에 있는 이는 기뻐하며 즐거이 달려갈 것이고, 세상에 고이 모셔둔 이는 뒤돌아서게 될 테니까요.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복음 환호송)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성경은 그저 가까이 왔다고, 그러니 깨어 준비하라고만 반복해서 이릅니다. 확실한 것은 영적인 보화를 추구하며 산 이는 찾던 것을 영원한 생명 안에서 받아 누리게 될 것이고, 세상 것에 집착하며 산 이는 아주 생소하고 낯선 현실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주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실 그날, 우리 모두가 기쁘게 그분을 맞이하는 행복한 신부이길 기원합니다. 미련과 집착으로 소중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그분의 눈길을 피하거나 뒤돌아서지 않게 이제부터라도 거룩한 해후를 준비해 나가면 좋겠지요. 노아 때처럼, 롯 때처럼 구원 안으로 성큼 들어서게 될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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