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로 인한 상처가 환경생태 무너뜨리는 핵심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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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내쫓김으로서 불만족 상태에 놓이고, 이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공격성과 폭력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런 공격성과 폭력은 인간관계의 파괴와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 발전소 굴뚝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정채봉 작가의 생각하는 동화책 「나는 너다」에 ‘멸종기’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새가 있었는데 그 새는 다른 새들을 무시하고 지배하려 들었다. 이 때문에 새들 세상에는 편할 날이 없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새들 세상에 평화를 되돌리기 위해 천사를 파견한다.
천사는 물의를 일으키는 새에게 다가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 “하느님께서 너에게 큰 선물을 내리기로 했다네. 그 선물은 네가 청하기만 한다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네. 자녀를 청하면 자녀가 바로 생기고, 금은보화를 청하면 금은보화가 바로 생긴다네.” 천사가 전하는 말을 들은 그 새가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할 때, 천사는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 선물에는 조건이 있다네. 네가 선물을 청할 때, 너의 라이벌인 상대방에게는 네가 청하는 것의 두 배의 선물이 주어진다네. 이제 하느님께 선물을 청해 보게나.” 이런 천사의 제안을 받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새는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윽고 그 새는 천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눈 하나를 뽑아주세요.” 천사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새가 청하는 대로 그의 눈 하나를 뽑았다. 그 이후에 그 새의 능력은 점점 퇴화되었고 결국 참새보다도 못한 새가 되어 멸종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파괴적인 힘
이 동화 이야기의 결론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새는 하느님께 여러 좋은 선물들을 청할 수 있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눈 하나를 뽑는 청으로 자기 라이벌 새의 두 눈을 뽑게 만드는 어리석고 파괴적인 선택을 한다.
이 동화는 우리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성찰해 보도록 초대하고 있다. 우리 역시 그 새처럼 뛰어난 능력들을 가졌지만 우리 내면의 파괴적인 힘에 휘둘려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자주 하곤 한다.
바오로 사도는 인간 내면에 파괴적인 힘이 도사리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직시하였다.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로마 7,23)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선하게 창조하셨는데, 왜 우리 안에 상대방을 질투하고, 적대시하고 파괴하려는 불건전한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 내면에 ‘이성의 법’과 대적하는 ‘비이성의 법’에 사로잡혀 우리 역시 때로는 어리석고 파괴적으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성의 법과 대적하는 ‘비이성의 법’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그것의 발원지는 바로 ‘죄를 범한 결과’, 즉 ‘죄의 상처’에서 비롯되었다.
창세기는 인간이 불순종과 교만으로 하느님을 거슬러 죄를 범했고, 죄를 범한 결과로서 우리 안에 자기 존재감(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이 상실되고 ‘불만족’ 상태에 빠지게 됨을 암시해 주고 있다.
창세기는 원조들이 하느님의 법을 어기고 죄를 범한 후에 일어난 일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창세 3,6-7)
이것은 원조들이 죄를 짓게 된 후에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요컨대 범죄로 하느님과 관계가 단절되자 그 결과 인간 내면에 자존감의 상실과 수치심이 생겨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무상으로 얻게 되는 은총이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다. 이사야서에 “너희들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값없이 나의 양식을 먹어라, 돈 없이 나의 양식을 먹어라”라고 하였듯이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 안에서 거저 얻어지는 양식은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자존감,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는 자기 효능감이다.
그런데 하느님과의 관계 파괴로 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을 공급받는 탯줄이 끊어지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나는 괜찮지 못한 사람’(I am not OK)이라는 수치심에 시달리게 된다.
에덴동산에서 내쫓김 당하는 ‘불만족’
더 나아가 죄로 인한 상처는 “에덴동산에서 내쫓김을 당하는”(창세 3,23) ‘불만족’의 상태를 초래한다. 만족이 없는 ‘불만족’의 상태는 가져도 더 갖고 싶고, 누려도 더 누리고 싶고, 곧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징벌의 상황이다.
이러한 ‘불만족’은 심리적으로 ‘삶의 공허’나 우울증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리고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독현상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폭력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공격성과 폭력은 인간관계의 파괴와 환경파괴로까지 이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자연, 환경파괴가 “죄로 상처 입은 우리 마음에 존재하는 폭력”(「찬미받으소서」 2항)이라고 밝힘으로써 인간의 죄가 환경파괴의 근원적인 원인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죄로 인한 상처는 ‘존재감’의 상실, ‘불만족’의 상태, 중독현상과 폭력현상, 그리고 인간관계 파괴와 환경 파괴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결국 ‘죄’는 그 상처로 말미암아 ‘세 가지 차원의 집’, 곧 하느님의 집인 인간 생태, 상생의 집인 사회생태, 모든 생명체들의 집인 환경생태를 무너뜨리는 핵심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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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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