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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14) 탤런트 이인혜 데레사

dariaofs 2022. 4. 1. 00:09

공부, 연기, 봉사… 모든 열정적 삶의 원동력은 하느님

 

내신 1등급, 고려대 수시합격, 최연소 연예인 교수 등 모두 부러워할 만한 경력의 소유자 이인혜(데레사). 그녀는 1991년 MBC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을 시작해 많은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했으며, 현재 경성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부 전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매 주말 ‘아름다운 사랑, 아름다운 나눔’ 방송을 진행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그녀가 이 방송에 나온 후 모금액이 크게 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인혜씨는 사실 공부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가 진정한 자신을 찾고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위해서라고 밝혔다.

▶입교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 엄마가 추천하셨어요. “세례받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기도 열심히 하면 하느님께서 들어주실 텐데”라는 꼬드김(?)에 솔깃해서(웃음) 바로 세례받게 되었어요.

 

고려대학교 정경학부에 수시모집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드라마와 TV 프로그램 MC를 맡았어요.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주님의 은총이지 제 능력이 아니라는 혼자만의 찔림이 있었어요. 그래서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를 시작했어요.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나요?

아주 성실한 학생이었어요.(웃음) 초등학교 5학년부터 방송 활동을 했는데 연기와 공부를 병행하려면 정말 시간이 없거든요. 학교와 촬영장만 오갔어요.

 

한번은 사극 촬영 중이라 쪽진 머리에 교복 입고 수업 들으러 갈 정도였어요.(웃음) 방학에는 촬영으로 놓친 수업을 따라가느라 학원과 독서실에 다니기 바빴고요.

▲ 문래동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던 2006년 초등부 학생들과 함께.

 

▲ 몽골 자원봉사에 참여해 현지 학생들과 함께.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학만 가봐라. 공부 안 하고 맘껏 방송 활동만 할 거야”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제가 데뷔할 때 연예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잘 노는 문제아 취급을 많이 당했거든요. 중학생 때는 부모님께 머리까지 잘려가며 반대에 부딪혔죠.(웃음) 그때 성적이 떨어지면 연기자 생활을 접기로 부모님과 약속했죠.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한 거죠.

▶부모님께 섭섭하지는 않았어요? 공부만 열심히 했던 학생이었나요?

초등학교 때 교육부장관상을 받았어요. 부모님이 저에 대한 기대가 높았죠. 공부만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가능하면 각종 대회에 많이 나가려고 노력했어요.

 

5분 스피치 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 글짓기 대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수상도 하고 도전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서 소풍, 수학여행도 꼭 참석했어요.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도 해보고, 대학교 때는 학생회 학술 국장도 해서 기업강연이나 취업 특강 개최를 하기도 했죠.(웃음) 연극 동아리와 영화모임 학회 활동도 했었고요. 그래서 학교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아서 지금도 그 친구들과 우정이 유지되고 있어요.

▲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로 2012년 위촉돼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한 이인혜씨.

 

▲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허영엽 신부와 함께.


▶진짜 바쁘게 살았네요.(웃음)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초등학교 때는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약한 친구들이나 소외된 친구들을 보면 왠지 맘이 쓰였던 것 같아요.

 

가난해서 소외된 친구와 함께 있다가 머리에 이를 옮겨오기도 해서 엄마가 종일 이를 잡아주신 적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방송활동을 하면서 연기자로 꿈을 바꾸게 되었죠.

▶연기자뿐 아니라 공부로 두각을 나타내고 계세요. 공부에 몰두하신 계기는?

청소년 연기자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촬영 때 학교를 빠지는 부분에 대한 배려조차도 없었어요. 그래서 ‘최초로 명문대 입학한 아역 연기자가 되어보자’라고 오기를 가졌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고 취미도 없어 우울하고 불안한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다시 공부하게 되었고 교수까지 하게 되었어요. 공부는 진정한 나를 찾는 작업이고 봉사할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청소년 드라마 ‘학교3’를 한참 촬영하고 있던 때에 한 중학생 소녀가 팬이라고 찾아왔었어요.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대화도 나누었죠. 몇 년 후에 미국에서 의대생이 되어 연락이 온 거예요.

 

제가 열심히 공부하라고 해서 의대 장학생이 되었다며 촬영장으로 간식도 보내왔죠.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부족한 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든든한 응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나의 달란트가 더 좋은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 진로를 고민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저도 24살 때 진로를 두고 잘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에 어떤 것을 택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아직 젊으니까 포기 말고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결론이 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이 교수와 연기자 둘 중 하나만 택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사실 욕심이 없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도전을 하고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었어요.

 

그랬더니 두 가지의 직업이 생기게 되었죠. 진로를 선택할 때 ‘내가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한가?’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해요.

▶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어렸을 때 부끄럼 많고 자신감 없는 성격이었는데도 부모님이 옆에 계시면 든든해서 용감하게 무슨 일이든 시도했던 기억이 나요. 하느님도 제게는 그런 존재 같아요. 삶에 대한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죠.

 

하느님이 지켜주실 테니 도전해보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하느님께서 든든히 내 옆을 지켜주고 계시니 괜찮다고 믿어요.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대중에게 비추어지는 내 모습 때문에 남모를 정신적 고통과 외로움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요.

 

그럴 때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하느님이죠. 내 얘기를 솔직하게 내뱉으며 고충을 나눌 수도 있고 의지할 수도 있는 존재요. 교수와 연기자라는 너무도 상반된 두 환경을 오가면서도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신앙 덕분이죠.

이인혜(데레사)씨는 미사 때마다 주님이 주신 선물을 구분할 수 있게 해달라며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고 말한다.

“주님, 저는 혼자 힘으로는 뭐든 하기 부족한 사람이니 손을 잡고 이끌어 주세요. 뭐든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할 테니 주님의 사람으로 기회를 주세요.”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