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연대성의 원리로 사랑의 다리 놓는 존재
▲ 이탈리아 베네치아 탄식의 다리. 출처=굿뉴스 |
바다 위에 떠 있는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전 세계인들이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은 운하와 예술과 건축이 어우러져 동화 나라를 연상시킬 만큼 환상적이다. 베네치아는 120개 정도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졌다.
섬들은 중앙 대운하를 비롯하여 150개의 운하와 400여 개의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으며, 수로가 중요한 교통로가 되어 독특한 시가지 풍광을 이룬다. 그곳의 운하와 연륙교는 섬들을 연결시키고 통합하는 기능을 하며 도시를 번영시킨 요체다.
연결시키고 통합시키는 연대성의 원리
수많은 개인과 단체로 이루어진 우리 사회공동체 역시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서 베네치아 도시가 보여주는 것처럼 ‘연결’ 시키고 ‘통합’ 시키는 ‘연대성의 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대성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 ‘연결되어야 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관계망 속에 있는 피조물이고 서로에 대한 의무가 있으며, 모두가 사회구성원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고, 다른 사람들의 소망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대성의 핵심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이웃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웃과 자신을 위해 ‘공동선’에 투신하려는 결심을 확고히 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연결과 통합, 즉 ‘연대성의 다리’가 되어 효과적으로 ‘공동선’을 실천하고 있는 모범적인 공동체가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두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성 에지디오 공동체’(Comunita’di S. Egidio)다.
이곳은 1968년 로마의 비르질리오(Virgilio) 고등학교 학생이던 ‘안드레아 리카르디’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이들은 복음에 귀 기울이고 복음이 촉구하는 바에 응답하려고 힘썼다.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이 공동체는 점점 발전하여 전 세계 7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곳은 나이와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구성원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
초창기 구성원들로부터 실천한 하느님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바치는 공동기도는 공동체원의 울부짖음, 갈망, 평화에 대한 열망을 모은다. 기도를 통해 눈물이 기쁨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외로움이 친교로 변화되어 간다.
형제애 실천 모범 ‘성 에지디오 공동체’
이러한 기도를 실천하는 가운데, 그들은 ‘형제애’의 정신을 깊이 깨달았다. 다시 말해 하느님 아버지를 모시는 자녀로서 모든 사람은 같은 형제이기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고, 잘못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으며, 형제로서 함께 동고동락하지 않을 수 없음을 체득했다.
그리고 이러한 ‘형제애’ 정신의 체득은 이웃에 대한 시선 변화로 연결되었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나의 이웃’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서서 ‘그의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상대방은 나의 이익 추구의 수단이나 이해득실에 따라 관계를 맺는 계약의 대상이 아니라 ‘형제애’를 함께 나누는 인격체로 바라본 것이다.
또한 ‘에지디오 공동체’ 초창기 구성원들은 ‘형제애’의 실천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참된 평화’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그들은 평화가 진리, 정의, 자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고 형제애의 실천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참된 평화, 즉 마음이 산란해지지도 세상을 두렵게 여기지도 않는 상태를 체험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설 수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표양은 수많은 사람에게 오늘날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영감을 주었고, 현재 6만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그들의 모습에 감동하여 자발적으로 이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공동체의 형제자매고 친구다. 공동체 회원들은 노숙자와 이민자, 장애인과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 거리와 변두리의 아이들, 노인과 환자에게 찾아가 그들과 연대하고 각자의 처지에서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복음 말씀을 통해 길을 찾는다.
모두가 ‘연대성의 다리’가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은 소외받는 이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며 사랑의 다리를 놓는 존재들이다.(「모든 형제들」 88항)
‘성 에지디오 공동체’의 사례는 오늘날 복음과 세상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는 ‘연대성’을 실천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다리(bridge)는 라틴어로 폰스(Pons)이고 ‘교황’을 뜻하는 라틴어는 ‘폰티픽스’(Pontifix), 곧 ‘다리를 놓는 사람’이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바로 교회는 다리의 역할, 즉 이어주고 연결해주는 ‘연대성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그 사명임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연대성의 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뜻에 응답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무디게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평만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겸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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