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7) 숲, 살아있는 병원

산림, 최고의 처방전

 

복지의 사전적 정의로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을 뜻한다. 요즈음 ‘산림복지’란 말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숲을 가지고 국민의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을 제공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숲은 우리의 삶의 질과 복지에 다각도로 영향을 준다.

 

숲에서 얻는 경제적 자원은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하고, 깨끗한 공기와 온화한 기후로 쾌적한 삶을 살게 하며, 숲에서 여가와 휴양도 즐기게 해 준다.

 

또한, 최근에는 숲에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숲이 주는 복지혜택이다.

물론 목재나 먹거리 등의 물질적인 숲의 혜택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지만, 숲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한 혜택이 우리나라에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강원도 청태산과 대관령, 그리고 경기도에 유명산 휴양림이 건립되면서 산림휴양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2010년대 들어서면서 숲의 건강기능을 활용한 산림치유가 정책적으로 도입됐다.

 

사실 숲을 건강에 활용한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찾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빈민 노동자들에게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환이 늘어난다.

 

이때의 치료는 공기 좋고 경치가 좋은 숲의 요양원에서 치료하는 것뿐이었다.

우리나라는 민둥산이었던 국토를 울창한 숲으로 만든 조림 성공 국의 위상에 걸맞게 숲을 국민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복리에 쓸 수 있도록 규정하는 세계 최초의 법률이 있다.

 

바로 ‘산림복지진흥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은 2015년 국회에서 만들어져 2016년 시행되었는데, 숲을 국민의 복지에 쓸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장기 계획을 만들도록 뒷받침한다.

산림의 복지혜택 중 단연 최고의 관심은 건강, 즉 산림치유의 효과이다. 숲에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피톤치드와 같은 물질도 있고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도 있다.

 

거기에 더불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민감하게 되돌려 주는 것이 숲의 환경이다. 또 숲에서는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고 또 회복시킨다.

최근에는 숲이 가진 건강효과를 활용한 임상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도입하려는 시도도 많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환자들에게 주변의 공원이나 녹지를 활용해 치료활동을 권유하는 ‘자연처방’이라는 제도를 수행하는데 아주 효과가 좋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필자의 연구실에서 젊은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디지털로 처방과 검진을 하여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을 넘어 육체, 정신, 사회복리의 완전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숲이 인간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수백 개의 병원을 짓고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잘 가꾸어 시민들이 잘 이용하게 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숲은 살아있는 병원이고 부작용이 없는 약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잎새’란 소설이 더 이상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증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