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획 특 집

[103위 시성 30주년] 시성식과 서울세계성체대회 지켜본 노길명 교수

dariaofs 2014. 5. 1. 09:24

 

103위에 대한 자긍심, 한국교회 활력소 돼


 

 

1984년 당시 노길명(요한 세례자) 고려대 명예교수는 만 40세, 막 장년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교회도, 사회도 크게 변모했다. 예전에 비해 활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는 550만 명의 교세를 보인다.

 

그 사이 고려대 인문대 사회학과를 퇴직한 노 교수는 같은 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재)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으로,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렇다면 노 교수는 30년 전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 땅에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지 200주년 되던 해에 이뤄진 103위 시성은 한국 천주교회가 지나온 역사를 정리하고 복음화를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교회는 103위 성인을 모시게 됐다는 기쁨과 함께 신자로서의 자긍심, 선조들의 신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러한 자긍심과 의지는 한국 교회의 활력소가 됐기에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노 교수는 이어 "103위 시성 이후 1989년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도 한국 교회에 복음화를 향한 열정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며 "기존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 활동이 활성화되고 한마음한몸운동을 비롯한 새로운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것도 의미가 깊다"고 기억했다.

 

 노 교수는 특히 200주년을 전후, 한국교회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데 주목했다. 그 원인을 노 교수는 103위 시성과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이뤄진 복음화를 향한 신자들의 열정과 노력, 활발한 사회복지활동, 인간화와 민주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 성직자 및 수도자들의 모범적 삶 등에서 찾았고, 이같은 노력이 한국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시기 신자 증가는 천주교회의 현상만은 아니었다. 개신교와 불교, 신흥종교의 신자 수도 급증했다. 이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제일주의나 경쟁주의 같은 사회풍조가 확산되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기반이 된 마을과 혈연 공동체가 해체된 것도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양적 성장을 뒤따르지 못하는 질적 성장 문제는 교회뿐 아니라 한국 종교계 전반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노 교수는 "신자 수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바람직하지 못한 세상 풍조들, 성장주의나 물질제일주의, 물량주의, 경쟁주의, 업적주의, 형식주의,

 

권위주의 등이 종교 내부로 유입됨으로써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되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세상을 정화하는 목탁 구실을 해야 할 교회나 종교가 오히려 세상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가 일반 사회집단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면 종교의 생명력이나 역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 실망하거나 종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특히 교회의 중산층화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우선 한국 천주교회는 박해를 받으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의 민중 종교로 기능했는데 이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던 평민과 천민들이 인간 존엄성과 평등을 강조하면서 사랑을 실천한 교회를 자신의 피난처이자 구원 장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1980년대를 전후해 한국 천주교회가 급속히 중산층 교회로 바뀌며 교회의 기준과 활동이 중산층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교회에 머물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따라서 박해시대의 신앙 역동성을 되찾을 것을 주문했다. 물론 지금은 박해시대가 아니기에 한국 교회의 신앙적 역동성은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사랑과 정의, 평화를 위한 투신이야말로 교회의 신앙적 초심을 회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노 교수는 내다봤다.

 

 지난 30년간 군부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이행되면서 크게 바뀐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노 교수는 "교회는 세상 속에 함몰돼서도, 세상과 떨어져서도 안 된다"면서 "교회와 사회 간 바람직한 관계는 교회가 세속세계와 구별되면서도 세상의 사회 문제나 현상을 복음적인 것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 교수는 이어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전 세계적 주목 대상이자 한국 교회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교황 성하 방한의 실제적 성과는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한국 교회가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신자들의 영성으로 유지되며, 특히 신자들의 영성은 모든 활동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며 "교황 성하의 방한과 시복 분위기에 들뜨기보다 선조들이 쌓고 지켜온 순교의 의미와 영성을 되새기면서 이어받아야 한국 교회는 더욱 활기찬 모습을 띠며 이 땅의 복음화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