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목자 주일’로 지내는 부활 제4주일은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의 성소, 특별히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를 위해 기도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성소주일이다. 성소주일을 맞아 서울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반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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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신학생들이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
뽀얀 피부에 두꺼운 뿔테 안경. 눈까지 덮은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붉은 여드름.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들의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켜볼수록 요즘 고등학생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상어가 돼버린 ‘비속어’가 없는 반면, 자신만의 뚜렷한 ‘소신’은 있었다.
“세상의 눈으로 보지 않고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목자가 되고 싶어요.”
“학생들 한명 한명을 진심으로 대하는 김종호(동성고 예비신학생 담당) 신부님처럼 모든 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다가도 아이들에게서는 순간순간 진지함이 배어 나왔다.
지난 2일. 동성고등학교 예비신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베리따스(Veritas)를 찾았다. 베리따스는 라틴어로 ‘진리’라는 뜻이다.
일반 주택을 고쳐 사용했던 이전 기숙사에서 벗어나 올해 서울 동숭동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동성고 1~3학년 예비신학생 85명 중 33명이 생활하는 베리따스에는 김종호 신부와 신학생 2명이 상주하며 예비신학생들을 지도한다.
기숙사의 하루는 아침 6시 기상 성가로 시작한다. 생활성가, 가톨릭성가, 떼제기도 등 요일마다 선곡도 다양하다. 월요일은 한 주를 즐겁게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밝은 분위기의 성가를, 금요일에는 거룩한 주일을 보내자는 의미에서 성체성가를 틀어준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학생들이 향하는 곳은 기숙사 내 성당. 성당에서 삼종기도와 아침기도를 바친 학생들은 식사하고 학교에 모인다. 7시 15분, 통학하는 학생들까지 학교 성당에 모두 모여 미사를 드리며 저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지 다짐한다.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5시쯤 기숙사로 들어온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자율학습까지 마치면 밤 11시. 이후 20분가량 저녁기도를 하고 나면 잠자리에 든다.
옛 소신학교의 맥 이어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동성고는 2010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로 전환한 후 한 학년에 한 학급을 예비신학생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1983년 폐교한 소신학교(성신중ㆍ고)의 맥을 잇는다고 볼 수 있다.
동성고 예비신학생 담당 김종호 신부는 “목표가 있고 꿈이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며 “또래 아이들보다 방황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보면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동성고 예비신학생반은 지난해엔 첫 졸업생 14명을, 올해엔 7명의 졸업생을 대신학교에 진학시켰다. 평소 예비신학생반 학생들은 수업 태도도 좋아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예신반’이라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다.
공동체 생활하며 함께 성소 다져
예비신학생들을 이끌어주는 것은 사제라는 꿈뿐만 아니라 3년 동안 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한 학년에 한 반 뿐이기에 3년 동안 같은 반 생활을 하고, 기숙사에서도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이 익숙하다.
지민환(요한 사도, 고3, 방화3동본당)군은 “저희 사이에서는 ‘한 번 싸우면 13년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고등학교 3년, 신학교 10년 동안 봐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라며, 공동체 생활을 통해 다투더라도 금방 화해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예신(예비신학생)반의 또 다른 이름은 예체능 반이다. 공부와 기도 외에도 자신의 끼를 펼치는 학생들이 많다. 쉬는 시간에 기타나 젬베(아프리카 축하연에서 사용하는 작은 북)를 가져와 연주하기도 하고, 축구는 일반 반 학생들과 겨뤄 진 적이 없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클럽 활동도 학생들이 학업 외에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학교 클럽 중 하나인 예비신학생 성가대는 지난해 「데오 그라시아스」(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사제의 길에 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신부님과 가깝게 지내며, 또 친구들과 함께 예비신학생으로 지내면서 제가 가야 할 길에 확신이 생겼어요.”
박재홍(발렌티노, 고2, 화곡본동)군은 동성고등학교 예신 반에 들어와 자신의 꿈에 매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가장 불안하고 예민한 시기임에도 성소를 품고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는 예비신학생들에게서 10년 후 사제가 돼 있을 모습을 그려본다.
글·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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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신학생들이 서로 모르는 부분을 물으며 공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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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신학생들이 야고보 축일을 맞은 김종호(예비신학생 담당) 신부에게 축가를 불러주고 있다. |
Q. 사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사제가 되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교구 소속 신학생이 되는 것과 수도회에 성직 지망 수도자로 입회해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제 양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 대신학교는 현재 서울, 광주, 대구, 수원, 인천, 대전, 부산 총 7곳이 있다. 대신학교에 입학하려면 교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례성사를 받은 지 3년이 지나고
△신학교 입학 전 최소 1년 동안 예비 신학생 모임에 참석하고
△본당 주임 사제의 추천을 받은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지닌 남성이어야 한다.
대신학교에 입학하면 학부 4년, 대학원 3년 과정으로 교육을 받는다. 모든 대신학생은 신학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사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적ㆍ도덕적ㆍ영성적 자질을 키우게 된다.
각 교구장 주교는 대학원 2학년 과정을 마친 교구 신학생 가운데 적격한 이를 선별해 부제품을 주고, 부제들은 대신학교 졸업 후 다시 교구장의 선별로 성품성사를 받고 사제가 된다. 이렇게 사제가 되려면 대신학교와 군 복무 과정을 포함해 10년 정도 걸린다.
수도 사제가 되려면 원하는 수도회에 입회해 수련과 대신학교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도회 입회 조건은 수도회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세례성사를 받은 지 일정 기간이 지나고
△입회하기 전에 성소자 모임에 참여하며 △공동체 생활에 지장이 없는 건강한 남성이어야 한다.
성직 지망 수도자 역시 각 수도회와 연계된 대신학교에서 공부를 마쳐야 하고, 종신서원 후 사제품을 받는 것이 관례다.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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